노후파산 우려에…정부, 취약 노인재산 관리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2023. 10.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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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공공신탁 도입 검토
치매·금융문맹 노인 위해
정부 차원서 '경제적 돌봄'
노인빈곤율 OECD 1위 韓
방치땐 연금재정 악화 심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에 노인들 자산 관리가 부실해질 위험성이 커지면서 정부가 직접 관리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한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악을 기록한 가운데 고령층 노후 안전망을 관리하지 않으면 기초연금 비용 증가 등 사회 전체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2일 조달청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고령자의 공공신탁 사업 모델 도입 필요성을 검토하고 사업 추진 전략을 살피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고령자가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적 돌봄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신탁 제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발주 배경을 설명했다.

고령자 공공신탁은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금융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재산 관리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 대해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수탁자로서 재산 관리를 대신하는 제도다. 통상 정부에 재산을 맡긴 고령층(위탁자)은 빚을 지더라도 신탁이 설정된 재산에 한해선 채권자가 강제 집행에 나설 수 없다. 또 위탁자가 치매 등으로 재산 관리 능력이 떨어지거나 사망해도 당초 설계한 대로 재산 관리가 이뤄지도록 했다.

현재 공공신탁은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해 벌이고 있는 사업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올해 말까지 120명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이 같은 공공신탁 대상을 고령층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잠재적으로 신탁 대상이 될 수 있는 65세 이상 인구는 535만1550명(올해 8월 기준)에 달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연령층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관측됐다. 2018년 고령사회에 들어선 후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것이다.

2021년 기준 66세 이상 인구 중 소득이 중위소득 절반에 못 미치는 노인 빈곤율은 37.6%에 달한다. OECD 평균(13.1%)의 3배 가까운 수준이자 미국(23%), 일본(20%), 영국(15.5%), 독일(9.1%) 등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유희원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높고 자산이 많은 고령층은 민간 금융기관을 활용한 신탁으로 자산 관리가 원활하지만, 중저소득 노인분들은 필요한 곳에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분들이 재산을 잃을 위험에 더욱 노출된 만큼 적은 돈이라도 효율적인 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높은 노인 빈곤율이 사회적 부담을 키울 우려도 적지 않다. 재산 관리 부실로 인한 노후 자금 고갈이 곧 공적연금과 기타 사회보장급여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는 기초연금 예산은 16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국민연금연구원은 현 제도하에서 기초연금 투입 비용이 2030년 40조원, 2040년 78조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계한 바 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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