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이도저도 아닌 9·26 공급대책
"일부 쓰러져 가는 건설업체에 링거를 꽂아준 수준이 아닐까요." 한 주택업계 관계자가 내린 이번 9·26 공급 대책(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의 '한 줄 평'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확대 등 건설업체에 숨통을 틔워준 것은 환영할 일이나, 정작 이들이 지을 집을 소비할 수요 대책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물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그간 "대출과 세금 규제를 풀어 수요를 진작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예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고 대출 규제 완화, 세금 감면 등 수요 진작책을 기대했던 쪽에선 꽤 큰 실망감을 느낀 듯하다.
집값이 꿈틀거리는 국면인 만큼 수요 진작책은 시기상조라 치자. 이번 대책의 본질인 공급 면에서도 전문가들이 '역부족'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추가된 공급량(5만5000가구)이 적거나 실제 공급 시기가 까마득하다는 점 외에도 수두룩하다.
우선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운 '3기 신도시 내 물량 3만가구 이상 확충'은 윤석열 정부의 첫 공급 대책인 지난해 8·16 대책의 '재탕' 격이다. 당시 정부는 3기 신도시에 역세권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했다.
신규 택지 관련 대책은 '오락가락'이다. 올해 말까지 15만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겠다던 지난해 8·16 대책 당시 입장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2024년 상반기(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까지로 슬그머니 후퇴하더니 두 달여 만에 다시 올해 11월로 앞당겨졌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후퇴 사유가 단 두 달 만에 감쪽같이 사라진 데다 물량마저 2만가구가 추가됐다. 정책 신뢰도에 의심이 생기는 이유다.
비아파트 시장을 살리기 위해 2억원대 빌라(소형 주택 매입)에 아파트 청약 기회를 미끼로 끼워넣은 것은 수요자를 기만하는 것 같다. 원 장관은 이를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라고 표현했으나, 전세사기라는 꼬리표에다 환금성마저 떨어지는 소형 빌라를 생애 첫 자가로 두려는 청년은 극히 제한적일 것이다. 더욱이 대출 규제 완화 등 수요 측면 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선 말이다.
[연규욱 부동산부 Q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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