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꼼수보다는 여야 대표회담이 먼저다 [사설]

2023. 10. 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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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후 정치권에서 연일 거센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대표는 "민생의 핵심은 경제이고, 대통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회복의 신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민생에 몰두하자면서 정작 여야 대표 회담에는 침묵한 채 영수회담만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한술 더 떠 '사심불구(蛇心佛口)'라고 비판했다. 뱀의 마음으로 부처의 입을 흉내 낸다는 의미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것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라는 민주당의 주장도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다. 과거에도 정국이 꽉 막히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 돌파구를 마련했다. 하지만 그건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임했던 시절에 주로 있었던 관행이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2019년 5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제왕적 총재가 했던 것"이라며 반대하지 않았나. 더구나 이 대표는 현재 형사 재판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고인이자 피의자 신분이다.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 제안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는 것도 사법적 절차를 고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여세를 몰아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여야 협치가 실종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 대표 자신의 사법 처리 과정에서 비롯됐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최재성 전 의원도 "지금은 간 보고 이럴 때가 아니다. 통합 탕평, 민생을 구하기 위한 의미 있는 정책 행보를 먼저 해야 한다"고 이 대표에게 조언했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다 됐지만 정국 경색으로 90여 개 민생 법안들이 무더기로 표류 중이다. 이 대표가 진심으로 민생을 챙기겠다면, 영수회담을 내걸고 대여 공세에 치중하는 꼼수보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먼저 만나고 국회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게 올바른 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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