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총선 뒤로 미룬 국회의 무책임 [사설]

2023. 10. 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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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이달 말 종료되는 활동 기한을 내년 5월 말로 연장하기로 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주요 쟁점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내년 4월 총선 전에 합의안 도출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회는 지난 4월 말 종료될 예정이던 특위 활동을 이달 말까지 6개월 연장했는데, 다시 한번 활동 기한을 연장했다. 표(票) 계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연금개혁을 총선 뒤로 미루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더 내고, 더 늦게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의 밑그림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보험료율을 12·15·18%로 올리는 방안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6·67·68세로 늦추는 방안, 기금 투자 수익률을 0.5·1.0%포인트 올리는 방식의 개혁안을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만들어 이달 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하지만 실제 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연금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현재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1988년 국민연금 제도 출범 후 25년째 제자리다. 그사이 급격한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됐다. 앞으로 5년간 보험료를 납부할 가입자는 86만명 가까이 감소하고, 수급자는 240만명 넘게 늘어난다. 이대로라면 2055년엔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된다는 것이 정부 추산이다. 그만큼 국민연금 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사실상 전 국민에게 보험료를 더 내고 수급 시기를 늦추자는 동의를 얻어내야 하는 인기 없는 정책이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나 정치권 모두 총대를 메고 싶지 않은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연금 고갈이 예고된 상황에서 개혁을 미루는 것은 미래 세대에 짐을 떠넘기는 일이다. 눈앞의 총선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먼저 걱정하는 것이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다. 정부는 '국민 눈높이' 운운하다 연금개혁에 실패한 지난 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단일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21대 국회는 임기 전에 연금개혁을 매듭지어 주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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