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공유된 번영'을 위한 두가지 축
생산성 키워 사업기회 만들고
노동자 실질임금 상승시켜야
정권따라 대립하는 두가지 축
대한민국만의 번영모델 세워
선순환 구조 만들어나가야
대런 애쓰모글루 MIT 교수는 신작 '권력과 진보(power&progress)'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00년의 역사는 모두 한 가지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공유된 번영으로 이어지는 것은 전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공유된 번영은 사회가 내리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선택'의 결과이다."
그는 1940년부터 1970년대 사이의 30년을 미국과 유럽의 '영광의 30년'이라고 불렀다. 1949년에서 1973년 사이 미국의 생산성은 연평균 약 2.2% 증가했다. 평균 실질임금은 생산성보다도 빠르게 올라 매년 3%씩 성장했다. 1950년에서 1973년 사이 독일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5.5%가량 성장했고, 프랑스에서는 5%가 약간 넘었으며, 스웨덴은 3.7%, 영국은 2.9%였다. 또 이 모든 국가에서 경제 성장은 광범위하게 공유됐다. 1910년대 말에는 상위 1%의 가구가 국민소득에서 가져가는 몫이 모두 20%가 넘었는데, 1970년대에는 10% 밑으로 떨어졌다.
애쓰모글루 교수가 말하는 '공유된 번영'의 핵심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 새로운 기술의 발달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생산성의 지속적 성장이 이뤄지며, 이러한 기술의 확산이 전후방 연관효과를 통해 새로운 업무와 비즈니스 기회를 크게 창출하고, 둘째, 생산성 향상의 이득이 모든 고숙련·저숙련 노동자에게 더 나은 생산성 향상과 실질임금의 증대를 가져오는 제도와 정책이 존재하는지에 달려 있다.
'공유된 번영'의 두 가지 축은 대한민국에 주는 함의가 매우 크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두 번째 핵심 요인인 실질임금 상승을 우선시하고 과도하게 밀어붙여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생산성의 성장이 없는 임금 인상이 가져오는 경제적 악영향을 과소평가했다. 현 정부는 '공유된 번영'의 첫 번째 요인으로 정책을 되돌려서 시장 주도의 혁신과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여당과 야당이 이렇게 첫 번째와 두 번째 핵심 요인을 중심으로 시계의 저울추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을 선회하는 것은 대한민국을 '공유된 번영'으로 이끌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갈림길에 서 있다. 세계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내년에도 1%대로 전망하는 곳이 다수다. 또 올해 25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률(1.5%)이 일본(1.8%)보다 낮을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공유된 번영'의 두 가지 축을 서로 대립적인 정책 방향으로 인식하고 정권에 따라 한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두 가지 축이 나선형 구조처럼 선순환하는 하나의 구조로의 대한민국 구조 개혁이 절실하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유럽이 누렸던 '영광의 30년'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자유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정도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혁신 친화적인 국가로 변화해야 한다. 동시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임금 격차보다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산업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 간 연구개발(R&D) 교류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경제 구조 개혁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고숙련·저숙련 노동자 모두의 생산성 향상과 실질임금의 증대가 이뤄질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시계의 저울추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유된 번영의 두 가지 핵심 요인 사이를 선회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만의 '공유된 번영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한상만 성균관대 대학원장, 前한국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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