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예산국회 '상습 지각' 벗어나려면
이달 국회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 시즌이 열린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 나랏돈 씀씀이 타당성을 살펴보는 것이다. 난항이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 동의안 가결 이후 정국 급랭에 국회가 헛돌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국회 최대 문제점은 절대적인 심사 시간 부족이다. 기이한 일이다. 2013년 국가재정법 개정으로 정부 예산안 제출시한이 회계연도 시작 9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늘었고, 국회는 심사에 필요한 시간을 30일이나 벌었다. 하지만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시간은 늘고 있다. 2013~2014년 92일이 걸렸던 통과 시간은 2015년 71일로 줄었다가 슬금슬금 늘었다. 지난해에는 무려 114일이 소요돼 역대 최악의 '지각 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법 개정 이후에도 예산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의사 일정상 물리적 시간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9월 대정부 질문, 10~11월 국정감사가 겹쳐 있어 실질적인 상임위 심사는 11월부터 시작된다. 예산안 법정시한(12월 2일)에 맞춰 한 달 안에 몰아치기식으로 심사와 증액, 감액이 이뤄지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임위 심사는 대충 넘어가고 예결위 이후에서 증·감액이 이뤄지면서 상임위가 관료들 전문성을 넘지 못하고 휘둘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뒤집어보면 개선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정기국회 시간 3분의 1을 잡아먹는 국감을 정기회 이전으로 분리해 심사에 시간적 여유를 부여해야 한다. 애당초 정기회 중 국감은 국정감사법 취지와도 배치된다. 국정감사법상 국감은 매년 정기회 집회일 이전 30일 이내 기간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중 감사를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들어 관행적으로 회기 중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
여야 자정 노력은 기본이다. 상임위 검증이 생략된 상태에서 제한된 시간에 여야 정쟁까지 벌이며 예산 법정시한 직전 '날치기 예산' 같은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정부 총지출이 600조원을 넘기 시작했다. 올해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 11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저출생·고령화에 경직성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 한정된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해 쓸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가 예산 심사권을 통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고 싶다면 심사를 고도화하기 위한 제도와 관행을 먼저 개선하는 게 순서다.
[김정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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