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 Now] 손바닥으로 하늘 가린 중국
당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
청년실업률 미공개 선언 등
불리한 소식 외면하는 행태
폐쇄·불확실성 증폭시킨 꼴
중국 국경절은 매년 10월 1일이다. 톈안먼 망루에 선 마오쩌둥이 군중을 향해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을 선언한 날이다. 올해 국경절을 맞아 관영매체들은 시진핑 주석이 인민영웅 기념비에 헌화하고 인민들의 애국심을 강조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외신이 주목한 건 시 주석이 아니라 국경절 행사에 등장하지 않은 리상푸 국방부장(장관)이었다. 리 부장은 국경절 리셉션(9월 28일)과 열사기념일 헌화 행사(9월 30일)에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 행사 모두 시 주석을 비롯해 중국 최고 지도부와 국무위원들이 총출동한 자리였다.
200만 인민해방군을 이끄는 리 부장은 지난 8월 29일 이후 한 달 이상 공개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이에 각종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여전히 리 부장의 신상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소리 소문 없이 종적을 감춘 고위급 인사는 리 부장만이 아니다. 지난 7월엔 친강 외교부장이 한 달 이상 종적을 감췄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결국 면직되면서 중국 공직사회의 '최대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게 됐다.
중국 고위직 인사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사라지는 상황에 대해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시 주석의 내각 포진이 (영국 추리작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닮았다"고 적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중국의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중국 국가통계국은 매달 발표했던 청년(16~24세) 실업률을 당분간 공개하지 않겠다고 '깜짝선언'을 했다.
시장에서는 매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청년실업률이 더 악화했을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 당국이 사회 불안을 우려해 비공개를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나쁜 소식에 대한 중국의 대답은 '건너뛰기'"라고 비꼬았다.
한국에 대한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5월부터 중국 전역에서 한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접속이 불가능해졌다. 중국이 만리방화벽을 가동해 네이버를 차단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은 없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정부에 원인 파악에 대한 협조 공문을 여러 차례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중국 사회주의 체제의 폐쇄성과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올해 초 당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고전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돈은 본능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장을 회피한다. 외국계 기업들의 중국 이탈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다.
글로벌 투자 자금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이미 중국은 기업에 매력적인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다. 지금 필요한 건 중국에 대한 신뢰, 그리고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다.
[손일선 베이징 특파원 iss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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