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게임에 푹 빠진 北 주민들…北도 ‘스몸비족’ 출현
북한에도 ‘스몸비(스마트폰+좀비)족’ 출현 현상
북한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기반의 게임이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북한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게임 사용이 확대될 수 있으나, 북한 당국 규제와 기술력 미비로 산업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2일 KDB미래전략연구소 개발금융연구센터가 내놓은 ‘최근 북한의 스마트폰 게임 활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0년대부터 스마트폰·태블릿 PC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당 기기에 탑재된 기본제공 게임을 시작으로 다양한 형태의 게임을 즐기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북한 전체 인구의 28%, 대도시의 경우 70% 이상의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 PC는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북한 내 공장에서 조립 방식으로 생산된다. 특히 충전과 이동이 쉬워 평양 등 대도시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게임들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제조업체가 기기 내에 애플리케이션(앱)을 기본적으로 탑재하는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주로 장기·바둑 등 퍼즐류나 조작이 간단한 아케이드 게임이 대다수다. 북한에서 자체 제작하는 게임도 일부 있으나, 실제로는 외국의 인기 게임을 불법으로 개조해 제작한 게임이 대부분이다.
다양한 게임 개발업체들이 게임 제작에 직접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오프라인으로 앱을 판매하는 ‘정보기술교류소’나, 북한판 앱스토어인 ‘나의 길동무’ 및 개발업체의 자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유료로 판매 중이다.
그간 북한은 다수의 사용자가 함께 참여하는 방식의 게임을 금지해왔지만, 최근에는 블루투스 방식과 홈페이지 직접 제공하는 여러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 확산하고 있다. 향후 주민들의 스마트폰·태블릿 PC 사용 확대가 지속되고, 미디어에 익숙한 젊은 계층이 증가하면서 북한 내 스마트폰 게임은 더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기술력·설비 미비, 저작권 의식 부족, 온라인 게임 제한 등으로 자체개발 게임의 질적 발전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KDB미래전략연구소는 "북한 당국이 불특정 다수의 참가자가 온라인을 통해 대전하는 방식의 게임을 금지하는 등 국제적인 추세와 유리돼 있다"며 "이것이 북한 스마트폰 게임 개발의 가장 큰 장애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 주민들은 휴대전화 블루투스 기능으로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종류만도 수십 개에 달하며, 일부 주민들은 유료 다운로드 가능 콘텐츠(Downloadable content·DLC)로 게임을 즐긴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데일리NK는 지난해 9월 평양 소식통을 인용 "블루투스를 이용한 집체 오락은 경마, 자동차, 떼뜨리스(테트리스), 낚시, 사격, 우주탐험, 수학려행(여행) 등 30여 가지가 있다"며 "한 교실이나 한 방 공간(10~15m 이내)에서 블루투스로 함께 경기하는 일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특히 북한 10대에서는 자동차, 20대에서는 우주탐험, 30대에서는 경마, 40대에서는 낚시 게임이 가장 인기로 알려졌다.
북한은 스마트폰 보급을 늘리면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게임 관련 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고, 이런 게임 앱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일부 주민들은 더 많은 게임을 다양하게 즐기기 위해 비용을 내고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를 구매하고 있다. DLC는 본 게임 외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아이템, 의상, 에피소드 등을 말한다. 게임 업계는 본 게임 판매 이외에 추가적인 이익을 얻고자 DLC를 판매하고 있는데, 북한 당국 역시 DLC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에서 스마트폰 게임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10대들은 도로를 건너갈 때도, 혁명사적지나 혁명전적지 견학을 위해 버스를 타고 갈 때도, 혁명전적지 강의 해설사 앞에서도 손전화를 들여다본다"며 "손전화를 보느라 동네 어른들과 마주쳐도 인사도 안 한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사용에 몰입해 주변을 살피지 않는 이른바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족이 북한에도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30대, 40대 여성들은 장마당에 앉아서 물건이 안 팔리거나 시간이 될 때 손전화 오락을 하고 논다"며 "서로 어떤 오락을 하는지 묻는 일이 많고 신식(최신) 오락 하나씩은 취미로 하는 게 풍이(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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