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이제 나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뉴스 쉽게보기]
오늘은 이 탄소배출권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도 곧 누구나 탄소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게 되거든요. 개인이 주식을 사고팔 듯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만들 거래요.
탄소배출권에는 ‘할당량(allowance)’과 ‘크레딧(credit)’이라는 두 가지 종류가 있어요. 둘 다 사고팔 수 있는 배출권이지만 다른 점도 존재해요. ‘할당량’은 기후 변화를 담당하는 국제연합(UN) 소속 기구가 각 나라에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한도’를 정해주는 방식이에요. 할당을 받으면 그만큼 탄소를 합법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거죠.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은 국가는 다시 기업들에게 할당해요. 발전 설비나 공장처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당히 분배하는 거예요. 각 회사는 할당된 탄소 배출 한도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는 배출권을 다른 회사에 팔고, 만약 더 많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싶으면 배출권을 사 와야 해요.
배출 한도를 정해주는 방식인 ‘할당량’과 달리 ‘규제 크레딧’으로 부르기도 하는 크레딧은 각종 친환경 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을 때 추가로 지급하는 탄소 배출권이에요. 예를 들면 재생 에너지를 생산해서 온실가스 저감을 실천한 기업에게 지급할 수 있는 거죠.
또한 친환경 전기차를 만드는 업체라면, 기름으로 달리는 일반 자동차를 팔 때보다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이게 되는지를 인정받아 ‘크레딧’을 얻을 수도 있어요.
국내에서 배출권 거래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 697개 중 82곳(12%)은 작년을 통틀어 단 한 차례도 거래한 적이 없었고, 384곳(55%)은 딱 1개월 동안만 거래에 참여했을 정도예요.
지난 20일 정부는 이런 배출권 거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몇몇 대책을 발표했어요. 핵심은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만든다’는 거예요. 우선 올해 안에 법을 개정해서 탄소배출권을 금융회사가 위탁 거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에요. 일반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것처럼 탄소배출권도 중개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뜻이에요.
정부는 2025년부터는 누구나 탄소배출권을 직접 사고팔 수 있게 할 예정이에요. 일단 내년에는 탄소배출권 가격과 연동되는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금융상품을 출시해서 간접적으로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거래요. ETF는 특정 주가지수나 자산의 가격과 연동되는 투자 상품인데,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어요.
지금도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가격과 연계한 ETF 상품은 국내에 존재하지만,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과 연동된 금융 상품을 만드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정부는 금융계와 협약을 맺고 이런 상품들을 만들어서 많은 투자자들이 쉽게 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그리고 이런 흐름은 친환경 분야에서 혁신적인 기업이나 기술을 탄생시키는 데 큰 도움이 돼요. 당장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기후 변화 대응에 기여할 수 있는 회사들이 탄소 배출권을 팔아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거든요. 온실가스 배출을 더 많이 줄이는 것만으로도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테슬라는 전기차만 만들기 때문에 일반 자동차를 파는 기업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줄이는 점을 인정받을 수 있고, 이걸 근거로 크레딧을 확보해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도 하는데, 여기에서도 온실가스를 저감하고요. 반면 기름으로 달리는 차를 만드는 회사들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게 되니 어쩔 수 없이 테슬라에게 돈을 주고 배출권을 구매해요.
첫 흑자를 기록했던 2020년에 테슬라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7억 2100만 달러(약 8800억원)였어요. 이 중에 탄소배출권을 팔아서 번 돈은 15억 8000만달러(약 1조 9300억원)였어요. 전체 순이익보다 탄소 배출권을 팔아서 번 돈이 훨씬 더 많았던 거예요. 한마디로 ‘배출권 못 팔았으면 1조원 적자’였다는 거죠.
이번에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정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 제도가 조금 더 활발히 작동하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기술 개발과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정부는 그 출발점을 누구나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정책으로 정했어요.
정부가 의도한 대로 배출권 시장 활성화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이 쉽게 경제적 이윤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열릴 수 있어요. 친환경 분야에 뛰어드는 차세대 기업과 신기술도 많아질 테고요. 과연 정부의 계획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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