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그냥 나야... 코다소년 려운의 말이 특히 먹먹한 건('워터멜론')

정덕현 칼럼니스트 입력 2023. 10. 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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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음악이 하고 싶어 노래가 좋아 무대가 좋아... 나는 통역사가 아니야. 화재경보기도 천사도 아니야. 난, 그냥 나야." tvN 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 에서 그간 꾹꾹 눌러왔던 속내를 아버지(최원영)에게 털어놓는 은결(려운)의 목소리는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내 가슴이 뛰는 인생과 아빠의 트로피가 되는 인생" 사이에서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버려진 나머지 한쪽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정답이 뭐냐고 묻는 은결에게 비바 할아버지는 농담처럼 툭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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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이라도 던져 봐, ‘반짝이는 워터멜론’이 청춘들에 던지는 위로

[엔터미디어=정덕현] "나 음악이 하고 싶어 노래가 좋아 무대가 좋아... 나는 통역사가 아니야. 화재경보기도 천사도 아니야. 난, 그냥 나야." tvN 월화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에서 그간 꾹꾹 눌러왔던 속내를 아버지(최원영)에게 털어놓는 은결(려운)의 목소리는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있다. 농인 가족의 유일한 청인 자녀인 코다로서 은결은 가족을 위한 헌신적인 삶을 늘 선택해왔다. 음악이 좋아 잠시 한눈 판 사이 집에 불이 나 형이 죽을 뻔한 사건을 겪은 후로는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은결의 힘겨운 삶에 한 줄기 빛처럼 들어온 건 비바 할아버지(천호진)로 인해 알게 된 음악의 세계였다. 은결은 가족들을 위해 침묵의 세계를 소리의 세계로 연결해주며 살아온 수화를 닮아 있는 음악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손으로 말하고 음으로 돌려받는 그 세계는 수화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음악 또한 수화처럼 세계와 세계를 연결해주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은결은 더 깊숙이 음악의 세계 속으로 들어갈수록, 가족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가족 몰래 밴드 활동을 하며, 성적도 떨어졌지만 엄마는 그 이유를 묻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빠가 은결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엄마는 아빠가 지금보다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근데 아빠한테는 네가 행복이야. 넌 아빠의 자부심이야. 다시 돌아올 거지? 금방 방황 끝내고 예전으로 돌아와 줄 거지?" 그건 사랑의 표현이지만 그 사랑은 은결을 자유롭게 해주는 게 아니라 가족이라는 족쇄에 가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음악을 포기하려 마음먹었을 때, 기적처럼 비바 할아버지가 생전에 자신에게 주기로 했던 기타가 그의 손에 들려진다. 옛날 비바뮤직 가게 터를 찾아갔다가 이제 사옥으로 바뀐 그 집에서 나온 세경(이소연)을 만나게 되고 비바 할아버지의 딸인 그로부터 기타를 전해 받게 된 것. 기타와 함께 남긴 유언은 비바 할아버지가 은결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그 아이는 기타에 말을 거는 방법을 알고 기타로 세상에 말을 건넬 줄 아는 내가 만나본 최고의 기타리스트였다."

기타를 들고 상념에 빠진 은결은 비바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다. "내 가슴이 뛰는 인생과 아빠의 트로피가 되는 인생" 사이에서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버려진 나머지 한쪽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며 정답이 뭐냐고 묻는 은결에게 비바 할아버지는 농담처럼 툭 이렇게 말한다. "동전이라도 던져 보든가." 그건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일단 선택을 해보는 것으로 그것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길인가를 확인하라는 이야기였다.

결국 다시 기타를 들고 밴드 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은결에게 아버지가 나타나 그건 너의 길이 아니고 '착각'일 뿐이라고 하자 은결은 드디어 꾹꾹 눌러뒀던 자신의 진심을 꺼내놓는다. 가족을 위한 삶이 최선이라 생각했지만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은 늘 희생해왔던 은결. 아빠의 자부심이 되기 위해 해왔던 삶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그는 드디어 아빠 앞에 털어놓는다.

"난 그냥 나야." 은결이 던지는 이 먹먹해지는 말은 그래서 <반짝이는 워터멜론>이라는 드라마가 꺼내놓는 청춘들에 대한 위로이자 헌사가 아닐 수 없다. 마치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 속에서 그 틀에 맞춰 살아가야 좋은 삶이라 이야기되는 현실 속에서 이 드라마는 그냥 너의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것이 성공할 수 있을지 어떨지 모르지만 일단 자신의 삶의 선택에 동전을 던져보라고 말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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