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피했지만…미 공화당 강경파, 예산안 처리 이끈 매카시 의장 해임 시도
“민주당과 야합…이번 주 해임결의안 제출”
바이든 “우크라 지원 예산 반영돼야” 비판
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중지)을 피하기 위해 미국 의회가 처리한 임시 예산안을 놓고 미 정치권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추종하는 일부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1일(현지시간) 자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 카드를 꺼내 들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안이 모두 빠진 예산안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공화당을 겨냥했다.
대표적인 공화당 강경파인 매트 게이츠 하원의원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의회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이번 주 매카시 의장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과 야합해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계획을 2024 회계연도 예산안에 반영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들이 요구한 이민 정책 등은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미 의회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0일 임시 예산안을 극적으로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매카시 의장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모두 제외한 ‘깔끔한(clean) 임시 예산안’을 제안했고, 여야는 오는 11월17일까지 연방정부 예산을 기존 수준으로 동결한 뒤 타협점을 다시 찾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원은 매카시 의장이 제안한 임시 예산안을 찬성 335표, 반대 91표로 가결했다. 민주당에선 209명, 공화당에선 12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이어 상원에서도 찬성 88표, 반대 9표로 문턱을 넘었다.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앤디 빅스 하원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매카시 의장은 공화당 편에 서는 대신 209명의 민주당 의원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 정책을 유지하는 임시 예산안을 처리했다”며 “그가 하원의장으로 남아있어야 하느냐”고 비난했다. 밥 굿 하원의원도 “미국을 파산하게 할 지출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며 매카시 의장 해임 군불을 땠다.
하원 규칙에 따르면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은 개별 의원이 제출할 수 있다. 이는 지난 1월 매카시 의장이 15차례 투표 끝에 하원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공화당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제시한 조건이었다. 해임결의안 가결 정족수는 단순 과반(218명)인데, AP통신은 “매카시 의장이 당내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공화당이 근소하게 과반을 확보한 만큼 확실한 부결을 위해선 민주당 일부 표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 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계속 자리를 유지할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 도움뿐”이라며 “그는 민주당과 계속 거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매카시 의장은 CBS 방송에 출연해 게이츠 의원을 겨냥, “내가 하원의장에 출마할 때 그렇게(해임) 하려고 계속 노력해 온 인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이 멈추어 서도록 할 수는 없다”며 “매카시 의장이 이 중요한 시기에 우크라이나 지원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에 240억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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