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이재명 ‘영수회담’ 제안에 “여야 대표 회담부터”

조문희 기자 2023. 10. 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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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강서구 공항동 모아타운 추진위원회에서 열린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일 “번지수 제대로 찾으라”며 비판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모아타운 추진위원회와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스스로 예전에 영수회담이라는 건 없다고 해놓고 갑자기 왜 구시대의 유물을 들고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국회는 여야 대표가 이끌어 가는 곳”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19년 5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던 홍익표 원내대표가 “일대일 영수회담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제왕적 총재 정당일 때 하던 방식”이라며 반대한 이력을 들어 비꼰 것이다.

김 대표는 “국회 운영과 관련해 여야 대표가 만나 대화하자고 수차례 제안했는데 묵묵부답인 사람이 엉뚱한 곳 가서 엉뚱한 말씀을 하실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지금 번지수를 제대로 찾아 여야 대표 회담으로 빨리 복귀하는 게 정상적 수순이다. 그게 정치의 원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대표의 대장동 관련 재판이 조만간 시작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권력형 부정부패를 저질렀기에 이렇게 매주 몇 번씩 재판이 진행돼야 하는 것인가”라며 “정말 민주당이 정신 차려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며 정작 국회에 산적한 현안 협의를 위한 여야 대표 회담 제안에는 침묵한 채 영수회담만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뜬금포 영수회담 제안은 이 대표 범죄 혐의에 집중된 국민의 눈을 흐리고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얄팍한 꼼수일 뿐”이라며 “이 대표 말대로 민생 해결에 몰두하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여야 대표가 만나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치열하게 협의하고 신속하게 법안을 처리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추석 당일인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당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석열 대통령님께 민생 영수회담을 제안 드린다”며 “최소한 12월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정쟁을 멈추고 민생 해결에 몰두하자”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생의 핵심은 경제이고, 경제는 심리다. 대통령과 야당이 머리를 맞대는 것만으로도 회복의 신호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은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 후 여당에서는 이 대표 저격 발언이 이어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일 SNS에서 “야당 대표는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으면 되는 것이지 대통령에게 인정받으려고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굳이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려고 하는 것은 사법리스크를 완화해 보려고 하는 것일 뿐 민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는 격이 안 맞아 안 만나고 대통령과 만나 격을 높이려고 하는 것도 넌센스”라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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