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바르심 "우상혁이 세계적 레벨로 올라와 기뻐…아시아육상의 힘"
(항저우=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무타즈 에사 바르심(32·카타르)은 "우상혁과 함께 사진을 찍는 건 어떤가"라는 요청에 장난스럽게 "나와 우상혁이 함께 찍은 사진이 이미 수천장은 될 텐데"라고 웃었다.
이어 우상혁(27·용인시청)과 마주친 바르심은 오른손으로 우상혁의 어깨를 두르고 손가락으로 'V'를 그렸다.
라이벌이자 친구, 우상혁과 바르심은 이렇게 또 한 장의 기념사진을 남겼다.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바르심은 2m19, 우상혁은 2m15를 한 차례 넘어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 진출자 상위 12명이 2m10에서 결정돼, 바르심과 우상혁은 '경쟁심' 없이 예선을 마쳤다.
둘은 한국시간으로 4일 오후 8시에 열리는 결선에서 '진짜 승부'를 펼친다.
예선이 끝난 뒤 만난 바르심은 "오늘 내게 뛸 기회는 한 번만 주어졌다. 전혀 없었던 일이 아니니 괜찮다"며 "몸 상태도 좋다. 결선에서는 더 높은 바를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여유 만만하게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 내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누구보다 높게 뛰는 게 모든 경기에서의 내 목표다"라며 "시즌 개인 최고 2m36을 넘는 게 기록상 첫 목표고, 기회가 있으면 2m40까지도 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르심은 모두가 인정하는 현역 최고 점퍼다.
역대 남자 높이뛰기 선수 중 2m40 이상을 넘어본 점퍼는 총 11명이다.
'전설' 하비에르 소토마요르(쿠바)가 2m45의 세계 기록을 보유했고, 바르심이 현역 최고이자 역대 2위인 2m43을 넘었다.
바르심은 무려 11번이나 2m40 이상을 넘어,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만들었다.
2018년 7월 2일 헝가리 그랑프리 대회에서 바르심이 2m40을 기록한 뒤에는 누구도 2m40 이상을 넘지 못했다.
바르심은 2017년 런던, 2019년 도하, 2022년 유진에서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하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와 공동 우승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2010년 도하, 2014년 인천에서 2연패를 달성해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는 발목 부상 후유증 탓에 결장했다.
세계 최고의 점퍼 바르심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조직위원회와 외신 등은 바르심은 이번 대회 육상 최고 스타로 소개하면서도 우상혁과의 라이벌 구도도 설명했다.
우상혁은 2022 유진 세계선수권에서 바르심에 이어 2위를 했다. 바르심이 결장한 올해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는 우승(2m35)을 차지했다.
바르심은 긴장감을 안기는 우상혁의 도약을 반겼다.
그는 "나와 우상혁은 라이벌이자 친구다. 높이뛰기 선수 사이에는 유대감이 있는데 우상혁은 아시아 선수여서 조금 더 다른 감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나와 우상혁은 아시아 대륙과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다. 아시아 육상이 아시아 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로 나아가려면 아시안게임에서도 세계 수준의 경쟁이 벌어져야 한다"며 "당연히 내가 이기고 싶지만, 이번 결승에서 나와 우상혁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다. 나는 아시아 선수인 우상혁이 세계적인 레벨로 올라와 매우 기쁘다"고 설명을 보탰다.
바르심은 이번 시즌 다이아몬드리그 랭킹 포인트 1위에 오르고도 파이널에는 결장했다.
그의 몸 상태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바르심은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은 육상 선수들에게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3번(2014, 2015, 2017년)이나 그 타이틀을 차지했다"며 "이번에는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을 욕심내지 않고, 아시안게임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상혁과 바르심은 4일 결선에서 '건강한 몸'으로 '세계적인 수준'의 아시안게임 높이뛰기 결선을 치른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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