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총선 핑계' 손 놓은 정치권…국민연금 개혁 골든타임 지난다

최현만 기자 2023. 10. 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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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취재하면서 들은 말이다.

기자가 아닌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연금개혁이 또 좌절되겠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한 연금 전문가는 취재 과정에서 "젊은 층이 분노해야 할 상황"이라며 "정치인이나 정책 당국자가 개혁을 대충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헌법상 비상조치 권한을 이용해 하원 표결 없이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결기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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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고 있다./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세종=뉴스1) 최현만 기자 = "지금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누가 책임을 지는 구조가 아닌 것 같아요"

"논의가 사실 지지부진한 상태죠. 총선 전까지 결론을 안 내고 시간 끌기로 가고 있다고 봐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을 취재하면서 들은 말이다. 기자가 아닌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연금개혁이 또 좌절되겠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연금특위는 지난해 10월 첫 회의가 열린 이후 별다른 성과 없이 1년 가까이 보냈다. 각 당이나 연금특위 차원에서 자체적인 연금 개혁안도 내놓지 않았다.

연금특위는 지난 4월에 활동기한이 한 차례 연장됐으나 이후 열린 회의는 두 번에 불과했다.

여기에 더해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 자문기구인 재정계산위원회는 단일 개혁안이 아닌 18개 개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방향성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못한 만큼 정치인들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될 '구실'을 만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과 국회의원들을 취재해 봤을 때 내년 상반기까지 현실적으로 연금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아직 연금특위 내 공론화위원회도 구성되지 않았으며, 빠르게 구성되더라도 실제 결과를 내려면 최소한 두 달은 걸린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총선이다. 총선이 끝난 뒤에도 국회의원 임기가 49일 남기는 하지만, 국회를 마무리하는 분위기 속에서 과연 논의에 진전이 있을지 의문이다.

21대 국회에서 개혁이 실패하면 22대 국회에서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결국 개혁 골든타임을 또 한 번 놓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는 나라다. 그런데도 연금 보험료율은 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연금 보험료율의 절반 수준이다.

보험료율은 무려 26년간 변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2055년에 기금이 고갈되고 2078년에는 소득의 35%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순순히 소득의 35%를 보험료로 내겠다는 청년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때부터는 재앙적인 사회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연금 전문가는 취재 과정에서 "젊은 층이 분노해야 할 상황"이라며 "정치인이나 정책 당국자가 개혁을 대충 넘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News1 DB

연금개혁은 소위 '인기 없는' 정책이다. 그런 만큼 정치인들이나 정책 당국자들이 쉽사리 해나가기가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결국 개혁은 이들의 손에 달려있다. 지금처럼 개혁 의지가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결국 미래 세대의 먹고 사는 문제는 점점 악화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법 개정을 위해 298개 의원실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당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타협 과정에서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는 방향으로 결정된 한계가 있으나 최소한 소득대체율을 낮춰 기금 소진시점을 늦출 수 있었다.

그때는 여야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시하며 경쟁했으며 장관이 국회 진통 과정에서 장관직을 던지며 책임지려는 모습도 보였으나, 이번에는 전면에 나서서 책임을 지려는 정치인, 정책당국자, 정당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헌법상 비상조치 권한을 이용해 하원 표결 없이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결기를 보여줬다.

안 그래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연금개혁의 불씨를 조금이라도 키워주는 정치인들의 소신을 보고 싶다.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표가 떨어지지 않는 선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진짜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정치인을 바란다.

최현만 기자/뉴스1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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