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사벽’ 中탁구에 막힌 남자복식 “눈물도 안난다, 실수해서 진 게 아니라서”
중국 탁구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실력 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복식 결승에서 중국에 완패한 장우진-임종훈(한국거래소)은 씁쓸한 미소와 함께 믹스트존에 섰다.
장우진-임종훈 조는 지난 1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복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판전둥-왕추친 조에 0-4로 완패했다. 장우진-임종훈의 기세가 좋았고, 이날 경기에서도 그 흐름은 이어졌다. 다만 ‘최강’이라 평가받는 중국의 경기력이 평소보다 더 완벽했다. 어떤 공을 쳐도 되돌아 왔고, 오히려 받을 수 없는 구석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난공불락’의 경기력이었다.
임종훈은 “우리는 120%의 경기력을 펼쳤는데, 상대 선수들은 150%로 쳤다”며 “우리가 실수해 졌다면 눈물이 날 텐데, (중국 선수들이) 말도 안 되게 지니까, 탁구를 잘 치니까 오히려 시원섭섭한 기분만 든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장우진-임종훈 조는 세계 1위, 판전둥-왕추친 조는 2위로 랭킹 상 우위에 있었지만, 단식 랭킹에서 각각 1위(판전둥)와 2위(왕추친)가 뭉친 중국은 ‘사기 캐릭터’팀이었다. 단식 랭킹에선 장우진과 임종훈이 각각 13위, 17위로 크게 밀린다.
정면승부로는 도저히 안됐다. 서브를 대각선으로 넣어야 하는 탁구 복식에서 임종훈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서 실행하지 못했지만 미친 척하고 직선으로 서브를 넣어서 당황하게 만들까도 고민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장우진도 “중국을 이기려면 변칙적인게 필요하다. 안전하게 해서는 안된다. 짧게 안전하게 치기 보다, 더 길게 선제공격을 해야 한다. 모험적인 플레이에 성공률,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비록 금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두 선수의 성과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사실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에서 결승에 오른 것도 무려 21년 만의 경사다. 또 둘은 앞서 2021년 휴스턴, 2023년 더반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로 2회 연속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따내는 최초의 기록도 썼다.
2018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둘이 당장 내년 열리는 파리 올림픽 등 메이저 대회에서도 호흡을 맞추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일단은 각 소속팀으로 복귀한다. 임종훈은 “형과 지금까지 아무도 해보지 못한 일을 이뤘다. 돌이켜 봤을 때 우진이 형과 온 것이 (은메달에 그쳐)아쉽기도 하지만 값지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우진이 형보다 조금 실력이 조금 부족한데 형이 많이 이끌어줬다. 형 덕에 실력이 많이 올라왔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장우진은 “그동안 종훈이와 메이저 대회를 하면서 이번에 호흡이 가장 잘 맞았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지, 답이 어느 정도는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재결합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장우진의 금메달 도전은 계속된다. 2일 준결승부터 결승까지 진행되는 남자 단식에서 다시 금메달에 도전하는데, 여기에서도 중국을 넘어야 한다. 준결승에서 판전둥을 꺾는다면, 결승에 올라가도 왕추친과 마주할 가능성이 높다. 황추친이 단식에서도 우승하면 탁구 4관왕에 오른다.
장우진은 “(판전둥은)현재 세계 1위고 잘하는 선수다. 제가 밀리지만 중국 선수들과 할 때는 늘 마음을 비우고 일단 한 세트를 따는데 집중한다”며 “저한테 백핸드 공격을 집중적으로 할 텐데, 거기에서 2~3포인트를 따내면 승산이 있다”고 대비했다.
항저우 |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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