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라 부르자 발끈한 북한 선수단…왜? [아하 항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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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맞은 지난 29일.
한국과 북한은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예선 C조 2차전에서 맞붙었다.
한국 취재진이 "북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통역을 맡았던 북한 선수단 관계자가 영어로 "우리는 북한(North Korea)이 아니다.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며 "아시안게임에선 모든 나라에 정확한 이름을 불러야 한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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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 한가위를 맞은 지난 29일. 한국과 북한은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 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예선 C조 2차전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한국의 81-62 승.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단일팀으로 은메달을 합작했던 둘은 이번엔 적으로 만났다.
경색된 남북관계만큼이나 이날 경기장 분위기도 차가웠다. 한국 선수들은 반가움을 표했지만, 북한 선수단은 화답하지 않았다. 5년 전 단일팀에서 뛰었던 강이슬은 “당시 단일팀 코치였던 북한 정성심 감독에게 인사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며 “같은 한민족이고, 5년 전 인연도 있는데 속상하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얼어붙은 분위기는 기자회견장에서 절정에 달했다. 한국 취재진이 “북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 통역을 맡았던 북한 선수단 관계자가 영어로 “우리는 북한(North Korea)이 아니다.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며 “아시안게임에선 모든 나라에 정확한 이름을 불러야 한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질문은 북한 응원단과 현지 음식에 대한 평이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북한 선수단은 ‘북한’이라는 표현을 용납하지 않았다.
여자축구 8강전(30일)이 끝난 뒤에도 비슷했다. ‘북측’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리유일 북한 대표팀 감독은 “우리는 북한이나 북측이 아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며 그걸 바로 좀 합시다”라며 발끈했다. 북한은 유엔총회 등에서도 ‘노스 코리아’, ‘북조선’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대응한다. 왜 그럴까.
이는 아시안게임을 둘러싼 정치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아시안게임은 1951년 처음 출범한 뒤 그간 여러 차례 정치적 이유로 부침을 겪었다. 특히 한국-북한과 중국-대만이 갈등하는 아시아의 특수한 상황에서 ‘국호’는 가장 예민한 주제였다. 나라 이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해당 국가의 정통성을 인정하느냐의 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각 나라가 사용하는 국호는, 모든 국가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 끝에 나온 결과다.
실제 북한은 1974년 테헤란 대회 때 처음 아시안게임에 참가했는데, 이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969년 총회에서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국호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했다. 국호를 두고 갈등하기보다는 일단 대회에 참가해 서로 교류하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였다. 1970년대 본격적으로 불어올 탈냉전 바람의 온기 덕분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다. 대만은 1970년대 중국이 각국과 수교를 맺는 과정에서 기존까지 쓰던 ‘중국’(China)이라는 명칭을 빼앗기기 시작했다. 1976 몬트리올올림픽을 앞두고, 중국과 수교를 맺은(1970년) 캐나다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이유로 “대만이 중국이라는 국호와 중화민국 깃발을 사용하지 않으면 참가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대만은 대회에 불참했다.
대만은 이후 1979년 국제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회 결과에 따라 1981년 이후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이름을 사용해 올림픽을 비롯한 아시안게임 등에 참가하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대만은 같은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다만 여전히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대만은 2018년 중화 타이베이 대신 보다 독립적인 명칭인 ‘대만’(Taiwan)을 사용해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쳤다. 다만 이 안건은 국민투표에서 약 20만표 차이로 부결됐다.
항저우/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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