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유엔 안보리 개혁 필요성엔 '한 목소리'…핵심 의제엔 입장 차이
안보리 개혁의 구조적 문제 '상임이사국' 권한 조정은 '산 넘어 산'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국제사회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지만 그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엇박자' 행보는 물론 개혁에 한 목소리를 내는 한미일 3국도 '각론'에선 미묘한 입장 차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리는 최근 1년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 북한의 핵·미사일 '폭주기관차'를 저지하는 데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다. '식물 기구'라는 오명이 섞인 비판까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보리의 의사결정 방식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P5) 등 상임이사국이 가지고 있는 '거부권'(비토권)이다.
유엔헌장 제27조 3항엔 안보리 차원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결의 채택 등 공동행동에 나서기 위해선 상임이사국의 전원일치 동의를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현 정세에서 이는 역설적으로 P5의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조항이 됐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동의'가 필요한 비합리적인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에 대해 안보리는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불발되고 말았다.
미중패권 경쟁 심화에 따른 이른바 '신냉전' 구도 고착화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옹호하면서 안보리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도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중·러 양국은 북한이 작년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며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선언했던 '모라토리엄'(핵실험·ICBM 발사 중지)를 깼을 때도 북한에 대한 제재에 나서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ICBM을 발사한 직후 12월에 열린 대북제재 결의 제2397호 채택에 '찬성표'를 던진 것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특히 결의 제2397호에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급 미사일을 발사하면 대북 유류 수출을 추가 제한하기 위한 행동을 하기로 결정한다'는 내용의 이른바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담겨 있는데, 중국과 러시아는 이 역시 지키지 않고 있다.
중·러 양국은 더 나아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다.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대북 적대시 정책' 등이 북한의 안보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핵·미사일 개발을 재개한다는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서다.
하지만 이는 중·러 양국이 미국 등과의 '경쟁과 대립'이라는 외교 기조를 이행하며 내 편을 챙기기 위한 방편을 선택한 데 따른 행동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달 북러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지원을 위한 '무기 거래'에 합의하거나, 대북제재 위반인 북한의 '우주 발사체' 개발을 지원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같은 위협적 행위를 막기 위한 유엔 안보리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폐지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안보리 개혁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중에서 미국은 브라질·독일·일본·인도 등 이른바 'G4'가 포함된 5~6개 국가를 확대된 상임이사국 후보국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본의 경우, 과거부터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포함되길 원했다는 점에서 미국의 주장을 지지하는 핵심 국가가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상임이사국 진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한국은 안보리 개혁에 대해 "민주성·책임성·대표성·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 아래 정기적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비상임이사국 증설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한미일 3국의 미묘한 입장 차이도 개혁의 추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상임이사국을 확대하더라도 결국 근본적인 문제인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유엔 안보리의 근원적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더군다나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관련 사항을 조정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유엔 헌장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상임이사국 전체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구조적 문제도 있어, 안보리 개혁안 관련 논쟁이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강대국' 간의 힘겨루기 여론전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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