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다”는 방위사업법 개정안…국회 통과는 언제?
미래도전기술, 신기술 낙찰자 결정 시 가산점 부여
생명‧안전 관련 군수품, 품질‧성능 위주 낙찰 근거 마련
[헤럴드경제=오상현 기자]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됐던 방위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정치적 난맥상을 돌파하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개정을 추진하는 방위사업법은 지난 2021년 국정감사 등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국방위원과 방위사업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이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고도의 기술이 포함된 연구개발(R&D)을 성실하게 수행한 경우 해당 업체에 지체상금을 감면하거나 계약을 변경할 수 있도록 방위사업법 상 계약특례를 규정하는 제46조를 손보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법안 개정을 제안하면서 “방위산업은 강력한 국가안보 확립은 물론 방산 수출을 통한 국가 경계 활성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방위산업 관련 계약에 대해 그 특성을 반영한 제도가 미비하다”며 “방산업체에 과도한 부담이 가중되고 잦은 소송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되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방위사업은 고도의 첨단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전적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적인 공사, 용역, 일반물자 구매, 단순 제조 등의 계약과 달리 대규모, 장기, 고가의 계약인 경우가 많고 그 이행에 있어서도 지연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계약의 특수성과 성질, 규모 등을 고려해 낙찰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입찰참가제한 처분 이전에 체결한 계약의 경우 부정당제재 처분을 받았더라도 착수금이나 중도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핵심기술과 미래도전기술, 신기술 등을 계약목적물에 적용하는 경우 낙찰자 결정 시 가산점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행 지체의 원인이 계약상대자뿐 아니라 정부나 하도급자 등에 함께 있는 경우 지체상금을 감면할 수 있는 조항을 반영했다.
특히 고도의 기술수준이 요구돼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해도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경우 계약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른바 ‘성실수행실패’의 책임을 계약 당사자가 온전히 다 떠안게 하지 않겠다는 취지를 반영했다.
이 법의 개정을 함께 추진해 온 방위사업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2021년 방위력개선사업 지체상금 부과 등이 과도하게 일어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5년간 과징금 부과금액이 1만 3097억 원이고 법원 판결이나 지체상금 면제원의 검토 결과 등에 따라 2368억 원이 감액돼 실제 징수가 결정된 금액은 1만 729억 원이다.
문제는 과징금을 부과한 뒤 업체의 반발로 발생하는 소송비용에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소송건수는 65건으로 소송가액만 7189억 원에 달한다.
더욱이 과거 소송에서 방위사업청이 패소한 사례를 보면 지난 2019년 수상함구조함-Ⅱ사업 지체상금 소송 348억 원, 2020년 수리온 2차 양산 항공기사업 지체상금 반환 500억 원, 2021년 한국형기동헬기 후송양산사업 물품대금 소송 패소(2차 양산분) 239억 원 등 소송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
정부 관계자는 “방사청 전체 소송 결과를 놓고 보면 전체 승소율은 50% 안팎이다”며 “지체상금 감액 결정시 업체에 지불하는 연 12%의 이자비용과 불필요한 소송비용만 줄여도 국고 손실을 예방할 수 있다”고 털어놨다.
때문에 방산업계에서도 이번 방위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하루 빨리 통과되기를 고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국가 예산 중 출연금 예산으로 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경우 성실수행실패를 인정해 벌금 부과나 개발비 환수도 하지 않는데 사업비로 책정되는 무기체계 연구개발사업은 전혀 딴판”이라며 “국가안보라는 고도의 공익성이 있음에도 예산 항목이 다르다는 이유로 과도한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성과 공정성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가 ‘첨단전력 건설과 방산수출 확대의 선순환 구조 마련’인 만큼 이번에 추진 중인 법안 개정이 완료되면 방산업계의 도전적 연구개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개정안에는 이와 함께 생명‧안전과 직결된 군수품은 품질과 성능 위주로 낙찰할 수 있는 근거를 담았다.
방위사업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통령 재가 등을 거쳐 공포되며 공포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legend199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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