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시총 10위권'에 2개나 차지…지금은 'O'[위기의 김치코인]①

박현영 기자 2023. 10. 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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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인 프로젝트,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대폭 하락
규제 환경·서비스 활성화 부재 등 원인 여럿…"방해 요인 해소돼야"

[편집자주]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를 일컫는 이른바 '김치코인'이 위기다. 2년 전엔 글로벌 시가총액 규모 10위권에 김치코인 프로젝트가 두 개나 자리했지만, 현재는 모두 100위권으로 밀려난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프로젝트가 해외에서 성공하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뉴스1>은 두 차례에 걸쳐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이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을 진단하고, 이후 전망을 짚어본다.

1일 서울 강남구 빗썸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나오고 있다. 2023.9.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프로젝트, 이른바 '김치코인'이 글로벌 '톱 10'을 넘보던 시절이 있었다. 가상자산 상승장이 한창이던 2021년 3월, 카카오의 가상자산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클레이튼(KLAY)은 글로벌 시가총액 규모 13위를 기록했다. 당시 루나(LUNA)는 18위였지만 이후 루나를 활용한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 '앵커프로토콜'이 화제를 일으키며 이듬해 7위까지 뛰어올랐다.

두 프로젝트의 현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루나는 지난해 5월 '자매 코인'이었던 스테이블코인 테라(TERRA)가 한순간에 99% 폭락하는 '테라·루나 사태'로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악영향을 줬다.

클레이튼은 여전히 프로젝트를 이어 가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클레이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개발된 서비스들이 '러그풀(먹튀)' 논란을 일으키면서 투자자 커뮤니티의 민심을 잃었고, 올해 초 코인 미유통 물량의 73%를 소각했지만 가격은 오히려 더 떨어졌다. 최근에는 클레이튼 초기 임원진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당하면서 사법 리스크까지 겹친 상태다.

기존 루나를 뜻하는 루나클래식(LUNC)과 클레이튼의 가상자산 클레이(KLAY)의 27일 기준 글로벌 시총 순위는 각각 86, 87위다. 나란히 10위권에 들던 때를 생각하면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루나와 클레이튼 이후 이렇다 할 '김치코인'이 없다는 점이다. 두 코인 이후 대표적인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위믹스(WEMIX)조차 국내에서 상장폐지 이슈 등으로 부침을 겪었고 시총 순위는 200위권까지 떨어졌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국내 프로젝트들의 '글로벌화'는 난망하다고 입을 모은다. 극소수였던 선례들조차 '실패작'이 되면서 김치코인 프로젝트들의 글로벌 성공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어두운 전망까지 제기된다.

◇가상자산에 엄격한 규제 환경…'글로벌화' 부재 원인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의 글로벌화가 어려운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꼽았다. △가상자산 발행에 부정적인 국내 규제 환경 △활성화된 블록체인 서비스 부재 △창업자들의 언어적 장벽 등이다.

우선 국내 규제환경은 가상자산에 친화적이지 않다. 지난 6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가상자산과 관련한 '1단계 입법'으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해당 법안엔 가상자산 발행에 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가상자산 발행과 관련한 규제는 '2단계 입법'에서 추진될 예정이다. 그러나 2단계 입법이 이번 21대 국회 안에 처리될 가능성은 요원하다.

정식 규제는 없지만 지켜야 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상자산을 발행한 상장 기업의 경우 올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회계 지침에 따라 가상자산처분이익 등을 공시해야 한다. 또 지난해 위믹스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된 이른바 '위믹스 사태' 이후, 국내 코인 프로젝트들에겐 유통량을 명확하게 공개하라는 시장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해외 기업들도 국내 규제 환경이 엄격하다고 보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기업 체이널리시스의 마이클 그로내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규제는 투자자 보호에 집중하고 있는 나머지, 사업적으로 '프렌들리(친화적인)'한 부분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비스 활성화'도 어렵다…글로벌 길 막힌 김치코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선 코인의 기반인 블록체인 서비스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국내 프로젝트의 경우 이 같은 부분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통상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은 발행한 코인의 사용처가 될 블록체인 네트워크(메인넷)나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함께 개발한다. 이 때 내수 시장에서부터 이 같은 서비스들이 활성화돼야 글로벌 진출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코인 투자' 자체에만 집중돼 있다. 가상자산 리테일(소비) 시장은 크지만 특정 가상자산에 투자만 할 뿐, 해당 가상자산이 쓰이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례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데이터로 증명된다. 체이널리시스가 이달 발표한 올해 '어돕션 인덱스(Adoption Index)'에서 한국은 27위를 기록했다. 이는 국가별로 가상자산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있는지 수치로 나타낸 지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 거래량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이지만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비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게 나왔다. 가상자산이 쓰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비율이 낮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은 창업자들의 언어적 장벽 등을 글로벌화가 힘든 이유로 꼽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프로젝트 창업자가 직접 엑스(구 트위터) 등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상자산 프로젝트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경우 이 같은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블록체인 VC 관계자는 "국내에서 코인을 발행한 프로젝트들은 창업자가 개발자 베이스인 프로젝트들이 유난히 많다"며 "해외 프로젝트에 비해 언어적 장벽이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고, 소통이 중요한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이런 언어적 장벽도 글로벌화를 막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코인 발행 미루기도…"'톱10' 재진출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방해 요인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국내 코인이 글로벌 '톱10'에 재진출하는 사례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주요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국내 규제당국도, 그리고 규제당국의 눈치를 보는 거래소도 유난히 김치코인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 개발보다는 가격에만 집중하는 시장 분위기도 좀처럼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출범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 중엔 코인 발행을 미루는 사례도 있다. 블록체인 VC 관계자는 "최근 나오는 프로젝트들 중엔 코인 발행을 시장 상황이 나아질 때 쯤으로 연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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