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광복회장, 대한민국이 1919년에 시작됐다 말하는 이유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건국절’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됐다”는 주장을 해왔던 이른바 ‘뉴라이트’ 세력들이 현 정부 내 주요 직위를 맡았기 때문이다. 최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이런 입장을 밝혀 비판을 받았다. 이 후보자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둘째 날이 되어서야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건국절 주장을 가장 비판해 온 인물이다. 그는 3·1 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은 대한민국 원년이라고 강조하며 1948년은 건국일이 아닌 정부수립일이라고 강조했다. 건국은 반만년 전에 건국된 것이고 대한민국의 시작은 1919년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1919년은 국가의 주권인 국민, 영토, 주권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지 않냐는 뉴라이트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의 독립기념일도 식민지 시절 필라델피아에서 13개의 식민지 대표들이 독립선언을 한 날이라며 가볍게 응수했다. 그는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1948년이 건국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지난 8월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회장이 1948년이 건국절이 될 수 없다고 말한 첫 번째 이유는 헌법이다. 그는 “이번에 청문회 하시는 분들 보니까 헌법 전문을 읽고 나온 분들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현행 헌법 전문에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통을 계승한다는 것은 법적 정통성의 계승을 의미하는 것으로 임시정부의 입헌민주주의적, 자주 독립적, 민족자결주의적 성격과 이념을 계승한다는 것이다. 제헌헌법 전문에도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한다고 되어 있다.

헌법이란 곧 국가의 기본이념이자 근본규범이고 헌법 조문은 국가의 정체성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대한민국의 역사도 헌법을 근거로 따라가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요새 뉴라이트를 주장하는 교수님께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임의 단체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며 “근데 헌법 전문에는 법통을 계승한다고 해놓고 임의단체에 불과하다고 하면 안 맞지 않나”고 말했다. 

이 회장은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을 두 번째 이유로 꼽았다. 이 전 대통령은 뉴라이트에서 국부로 평가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승만 대통령도 건국이란 말은 안 했고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라 했다”며 “(제헌국회) 초대 국회의장이기도 했던 이 전 대통령이 개회사에서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모인 이 민국은 오늘 수립한 것이 아니오. 29년전 기미년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제헌국회 개원하던 1948년 5월31일 이 전 대통령은 축사에서 “이 국회에서 되는 정부는 기미년에 서울에서 수립된 민국입시정부의 계승이다”며 “민국 29년만에 부활하였기 때문에 민국연호르 기미년에서 기산하여 대한민국 30년에 정부수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기도 하기 때문에 임정 정체성을 강조해왔던 인물이다. 뉴라이트는 이 전 대통령을 내세우며 건국절을 주장하지만 실제로 이 전 대통령은 1948년에 수립된 정부는 임시정부를 계승했다고 못 박은 셈이다. 

세 번째 이유는 북한과의 차별성을 들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19년 김일성은 7살이었다”며 “그래서 북한은 김일성이 1926년에 ‘타도 제국주의 동맹’을 만들어 독립운동이 시작했다고 역사를 왜곡하는데, 실제 역사를 계승한 우리가 민족사적 정통성이 있는 게 아니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우린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헌법에 대한민국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국절 주장은 일본의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만약 1948년에 건국했다 하면 그 이전은 뭐냐. 일본의 식민지배 정당화하는 것이다”며 “우리 일본 식민이 아니라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지만 불행이 일본에 지배를 당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