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데칼코마니 여야, 중도층은 찬밥 신세

박순봉 기자 2023. 10. 2.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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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모습 성동훈 기자

여야가 모두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념 전쟁을 공식화했고, 국민의힘은 그 길을 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여야 모두 데칼코마니처럼 중도층은 안중에 없다는 듯 강성 지지층만 보는 정치를 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만 보는 정치는 여야 모두에서 뚜렷하다. 윤석열 정부는 이념 전쟁을 벌이며 지지층만 보는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선봉장은 윤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지난달 28일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직접 참석해서는 “제일 중요한 게 이념”이라면서 논쟁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표도 닮아있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크다. ‘문자 폭탄’은 구문이 됐을 정도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유튜브에 출연해 “이번에 가결 표를 던지는 의원들은 끝까지 추적, 색출해서 당원들이 그들의 정치적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다. 한 비이재명(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배경에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사무총장의 발언도 영향이 있었다”면서 “외부에서 거친 압박을 주면 반감이 생기게 마련이고 무기명 투표에서 발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쪽만 보는 정치는 내부 구성도 바꾸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비윤석열(비윤)계 의원을 찾기가 힘들다.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처럼 비윤계는 원외 인사가 대부분이다. 당 내부가 사실상 통일됐다고도 볼 수 있다. 민주당도 지도부 구성이 친명계 단일 구조로 바뀌고 있다. 비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를 겪으면서 대부분 물러났다. 고민정 최고위원만 지도부에 남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을 바라보고, 그들의 목소리가 수용되면서 다른 목소리를 용납 못 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 양극화는 심화되고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은 표를 줄 곳을 찾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최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중도층은 30%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가 중도 민심은 외면하고 강성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극단주의를 추구하는 이유는 뭘까. 한 국회 관계자는 2일 중도층 마음은 잡기는 어렵고 지지층은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중도층은 선거 때만 나타나고 평소에는 여론조사에도 무관심한 집단”이라며 “평소에 동력을 확보하고 싶다면 중도층보다는 지지층 결집이 훨씬 쉬운 선택지”라고 말했다.

다만 선거가 다가오는 만큼 여야 모두에 중도층의 중요성이 다시 커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 현역 의원은 “처음에 시험 준비할 때는 맞추기 쉬운 문제부터 골라서 풀지만, 결국에 고득점을 받기 위해선 어려운 문제도 풀어야 한다”며 “중도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선거에 승리하는 건 격전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확고한 지지층을 중심으로 정치적 동력을 얻지만, 선거 때는 어쩔 수 없이 전술적 대응으로 중도층의 민심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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