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내고 6억3000만원 '꿀꺽'…52명 몽땅 잡은 이 사람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인터넷이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만나 조직적으로 보험 사기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서울 강동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소속 송기열 경위(42)는 지난해 12월 첩보 하나를 입수했다. 온라인 공간에서 만난 뒤 실제로 접선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가로채는 일당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송 경위는 또 다른 보험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첩보 내용을 확인하려 인터넷 불법 도박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고수익 알바(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글들이 다수 올라와 있었다. 게시물에는 어떤 내용으로 일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텔레그램 아이디만 공개돼 있었다.
글을 올린 이들은 보험 사기 집단이었다. 범행 설계와 교통사고 합의·범죄수익금 배분 등을 담당하는 총책, 중간에서 범행을 지시하는 중간책, 단순 범행 가담자들을 감시하는 감시책 등 10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단순 범행 가담자들을 모집했다.
범행에는 렌터카를 사용했다. 한 차에는 핵심 조직원 1~2명을 포함해 총 3~4명이 동승했다. 차종이나 피해 정도에 따라 책정되는 보험금액은 다르지만 통상 동승자가 많으면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서다. 또 같은 사람이 여러 번 사고를 내면 의심을 받을 것에 대비해 운전자는 주기적으로 교체했다. 운전자는 대부분 단순 범행 가담자였다. 핵심 조직원들은 신분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실명 대신 도용한 명의를 사용했다.
이들은 단순 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주된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차선을 변경하려는 차량을 뒤따라가 가볍게 접촉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했다. 당일 합의가 어려운 영업용 차량이나 고가의 외제차는 범행 대상에서 제외했다. 범행은 서울과 경기, 대전, 부산, 광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어졌다.
가로챈 보험금은 총책이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공범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이들은 85건의 차량 고의사고를 내 6억3000만원에 달하는 보험금을 받았다. 핵심 조직원들은 단순 범행 가담자들이 보험금을 가지고 도망치는 것을 우려해 모텔 등에 합숙하게 한 뒤 보험금이 사전 약속대로 배분될 때까지 감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송 경위는 단순 범죄 가담자에 대한 조사부터 시작해 윗선을 추적해갔다. 아이디 추적 등을 통해 체포한 단순 가담자로부터 자백을 받은 뒤 조직원들의 정보를 캐냈다. 조직원들이 타고 다니던 대포차에 대한 수사는 물론 검거된 사람들의 휴대폰을 포렌식해 핵심 조직원 10명을 특정했다. 8개월간에 걸친 수사 끝에 범행에 가담한 피의자 52명을 모두 검거했다.
52명의 피의자는 지난 7월 서울동부지검에 송치됐다. 총책 등 4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일정한 직업이 없고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20대 초반의 청년층이었다. 고수익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가담한 이들 역시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송 경위는 "요즘은 비대면으로 범행 모의가 이뤄지다 보니 보험 사기를 위해 모였더라도 대출 사기나 전세 사기 등 다른 범행에 가담할 것을 권유하는 일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며 "자신의 수익을 위한 행위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인적·재산적 피해를 야기하는 일이 될 수 있으니 절대 가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들 역시 자신들의 범행을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송 경위는 2005년 입직한 18년 차 경찰이다. 사이버팀과 경제팀, 여성청소년강력팀 등 수사팀을 두루 거치고 지난해부터 교통범죄를 수사하고 있다. 그는 "비대면으로 범행을 모의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신종수법 범행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신종 범행에 대한 수사 기법을 연구하고 현장에 적용하면서 범죄 예방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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