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도 이재명도 제자리걸음 [2023 신뢰도 조사]

김은지 기자 2023. 10. 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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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는 2년째 최저점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뢰도도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꽉 막힌 정국을 그대로 드러내는 수치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1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청년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제자리걸음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가 지난해(10점 만점에 3.62점)에 이어 올해도 최저점(3.63점)을 기록했다. 0~4점 불신, 5점 보통, 6~10점 신뢰 구간이다. 2년째 불신 구간을 탈출하지 못했다. 2년 연속 신뢰도가 3점대인 대통령은 처음이다.

〈시사IN〉 신뢰도 조사는 시계열로 쌓인 여론 데이터다. 정치와 언론 영역을 중심으로 한국 사회의 신뢰 자본을 측정하는 작업이다. 16년째 진행해 연도별 비교가 가능하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윤석열로 이어지는 현직 대통령의 신뢰도 또한 견줘볼 수 있다(〈그림 1〉 참조).

윤석열 대통령 임기 전까지 가장 낮은 현역 대통령의 신뢰도는 2016년 탄핵 직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신뢰도(3.91점)였다. 윤 대통령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도를 2022년(3.62점)에 이어 2023년(3.63점)에도 넘지 못했다.

이번 조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가 단식 중 검찰에 두 차례(9월9일, 9월12일) 출석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아세안·G20 정상회의 참석 후 귀국(9월11일)한 9월10~12일에 이뤄졌다. 〈시사IN〉 의뢰로 한국갤럽조사연구소(한국갤럽)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유무선 전화 면접조사를 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자. 현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신뢰’를 표한 이들(신뢰 구간 6~10점)은 연령·지역·성별·직업·지지 정당 등으로 나눴을 때 70대 이상(6.21점), 국민의힘 지지자(7.18점)뿐이었다.

진보·민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로 분류되는 이들의 평가도 박했다. 연령대로는 20대(3.25점)·30대(2.4점), 지역으로는 서울(3.41점)·인천/경기(3.41점), 지지 정당으로는 무당층(2.97점)이 모두 윤석열 대통령 평균 신뢰도(3.63점)보다 낮은 점수를 줬다.

개별 이슈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낮았다. 최근 불거진 사건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대응을 신뢰하느냐고 물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2.87점)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2.47점)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논란(2.94점) △김건희 여사 등 주변 관리(2.66점)가 모두 2점대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9월1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모두 단번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이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최소 30년 동안 이뤄진다. 일본은 이에 대해 국제사회에 책임을 지거나 사과하기보다는, 주변 국가의 양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8월28일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이들을 가리키며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그러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재는 ‘윤석열 정부 견제론’ 우세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은 10월 국정감사에서 다시금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 특혜 의혹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가 법정구속(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등)되고 처남 김 아무개씨가 기소된(사문서 위조 혐의 등) ‘김건희 여사 등 주변 관리’ 이슈와 맞닿아 있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에 지정돼 연말 처리가 예정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를 발목 잡고 있는 요소다.

특히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처리에 대한 신뢰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지지층인 보수·국민의힘 지지자에게서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대령은 항명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 실질심사(이후 기각됨)까지 받았다. 박 대령 쪽은 이 사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지난 1년 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신뢰도 반등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다. 총선 경고등이 켜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용산과 여의도의 주요 관심사는 내년 4월 총선이다. 여권은 “지금은 여소야대 국면에 막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9월21일 현재 민주당 168석, 국민의힘 111석이다. 국회에서 법안 통과 등과 같은 실력 행사를 위해서는 주로 과반 의석이 필요하다.

이번 〈시사IN〉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총선 승리 전망은 밝지 않다. 현재로서는 정부 견제론이 더 우세하다(〈그림 2〉 참조). 내년 4월 총선의 성격을 묻자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 35.9%,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더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 55.6%였다. 모름·응답 거절은 8.5%였다. 정부 지지·견제 둘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이가 가장 많은 층은 2030 세대였다. 20대 17.2%(남성 15.2%, 여성 19.5%), 30대 13.3%(남성 10.9%. 여성 15.9%)였다.

경제 상황은 민심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선거를 앞두고는 더욱 그렇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도 신뢰받지 못했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와 궤를 같이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응답은 신뢰 33.9%, 불신 63.4%였다(〈그림 3〉 참조). 국민의힘 지지자(신뢰 78%)와 민주당 지지자(불신 95.5%)의 평가는 극으로 나뉜다. 무당층의 평가도 좋지 않았다. 무당층 73.1%가 불신한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역대급 세수 펑크(59조원)가 우려된다는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 물가상승은 당장 유권자의 피부에 와닿는 사안이다. 숫자 전반은 윤석열 정부에 불리한 신호를 보낸다.

그렇다면 내년 총선은 야당에 유리할까? 민주당 인사 다수는 “이대로라면 우리가 이긴다”라고 자신감을 곧잘 표한다. 여기서 ‘이대로’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견제론이 거센 상황을 가리킨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크고 깊다는 사실이 곧 민주당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번 신뢰도 조사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뢰도도 횡보 상태였기 때문이다.

먼저 주요 정당 신뢰도를 보자(〈그림 4〉 참조). 민주당(4점)이 국민의힘(3.5점) 신뢰도보다 높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4.1점)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3.1점) 신뢰도보다 위다. 자기 당의 지지자에게서 받는 신뢰도 점수도 이재명 대표가 김기현 대표보다 높았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의 신뢰도는 6.5점, 김기현 대표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자의 신뢰도는 6점이다.

장악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김기현 대표를 대신해 국민의힘 총선이 ‘윤석열 체제’로 치러진다고 전망하더라도, 이재명 대표(4점)의 신뢰도가 윤석열 대통령(3.63점)의 신뢰도보다 앞서 있다. 1표라도 더 얻는 사람이 이기는 현재의 선거제도에서는 야당이 미소를 띨 수 있다.

그러나 2022년과 2023년 신뢰도를 비교해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국민의힘 3.37→3.5점, 민주당 4→4점, 정의당 2.4→2.8점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똑같이 주관식으로 물어본 ‘신뢰하는 현역 정치인’ 1위를 이재명 대표가 2년 연속 차지했지만, 16.9%로 비율도 2년 연속 똑같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뢰도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도처럼 2022년 데이터와 2023년 데이터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양쪽 다 신뢰를 '확장'하지 못했다.

교착 상태, 누구에게 유리할까

특기할 만한 일이다. 그만큼 정국이 교착되어 있다는 의미다. 야당으로서는 현상 유지가 달갑다고만 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대응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환경에서, 제1야당이 그만큼의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당내 수습도 민주당의 과제다(이번 조사는 체포동의안 표결 전에 이뤄졌다).

단식 농성 13일째로 접어든 9월14일 이재명 대표는 국회 본청 앞에 있던 단식 현장을 당 대표실로 옮겼다.ⓒ시사IN 신선영

관건은 투표율이다. ‘반(反)윤석열’ 혹은 ‘비(非)윤석열' 정서가 투표 포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서울 지역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2030은 스윙보터이고, 4050은 민주당, 6070은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다. 지금과 같이 양당이 극한으로 대립해 지지자들은 결집하는데 스윙보터가 투표하러 나오지 않으면, 인구구조상 우리 당이 불리한 건 맞다.” 호남 지역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전례를 볼 때 투표율이 60%에 가까우면 우리가 유리했고, 그 아래면 불리했다”라고 말했다.

과거 자료를 살펴봤다(〈그림 5〉 참조). 실제로 그런 경향을 띠었다. 2008년 치러진 18대 총선은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압승이었다. 153석을 차지했다. 통합민주당(현 민주당)은 81석이었다. 당시 투표율은 46.1%였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에 실망한 범민주당 지지자들이 총선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던 결과다.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은 54.2%였다.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거세게 불 때였지만,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152석을 가져가 과반을 지켰다. 민주통합당(현 민주당)은 127석을 차지했다. 이후 투표율은 총선을 거듭할수록 올라갔고 실제 국민의힘 계열 의석수는 줄었다. 2016년 20대 총선 투표율 58%,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122석이었다. 2020년 21대 총선 투표율 66.2%, 미래통합당과 위성정당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은 103석으로 주저앉았다.

국민의힘의 한 전직 의원은 현재의 교착 상태가 누구에게 유리한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전략은 중원 공략을 포기했다고 봐야 한다. 이념 논쟁 같은 것이 먹힐 리가 없지 않나. 정부·여당에 싸우라는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대신 부동층이 민주당으로 가지만 않으면 이긴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세게 갈라치기하고, 지지자만 결집시키고, 나머지는 나가떨어지게 하면 이긴다고 보는 거다.”

갈수록 험악해지는 한국의 정치 환경을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지난해에서 한발 나아가지 못한 신뢰도가 비추는 2023년 정치 지형은 그래서 제자리걸음인 동시에 시계 제로다.

 

■ 이렇게 조사했다
- 조사 의뢰 : 〈시사IN〉
- 조사 기관 : 한국갤럽조사연구소
- 조사 일시 : 2023년 9월10~12일
- 조사 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 조사 방법 : 유무선 RDD 병행 전화 면접조사(유선 15.5%, 무선 84.5 %)
- 응답률 : 8.2%
- 가중치 부여 방식 :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셀 가중) 2023년 8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
- 표본 크기 : 1000명
- 표본 오차 : ±3.1%포인트(95% 신뢰 수준)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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