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대결 속 '동북아 협력 보루' 한중일 정상회의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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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이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고위급회의(SOM)를 열고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에 합의하면서 4년 가까이 중단됐던 3국 정상회의를 재개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본궤도에 올랐다.
이전에도 한일, 한중, 중일 간 역사·영토 갈등으로 한중일 정상회의는 끊임없이 부침을 겪었지만, 동북아를 무대로 한층 심화한 미중 간 전략경쟁이 3국의 협력을 더욱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이 실질적 협력 방안과 지역 정세 등을 논의하는 최고위 협의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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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중일이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고위급회의(SOM)를 열고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에 합의하면서 4년 가까이 중단됐던 3국 정상회의를 재개하기 위한 프로세스가 본궤도에 올랐다.
이르면 연말 재개가 점쳐지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둘러싼 외교적 환경은 마지막으로 열렸던 2019년 12월 중국 청두 정상회의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다.
이전에도 한일, 한중, 중일 간 역사·영토 갈등으로 한중일 정상회의는 끊임없이 부침을 겪었지만, 동북아를 무대로 한층 심화한 미중 간 전략경쟁이 3국의 협력을 더욱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이 실질적 협력 방안과 지역 정세 등을 논의하는 최고위 협의체다.
1999년 11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따로 조찬 회동을 한 것이 시초다.
이후 수년간 아세안+3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다가 2008년부터는 한중일 3국에서 돌아가면서 단독으로 개최하기 시작했다.
2008년 일본 후쿠오카를 시작으로 2009년 베이징(2차), 2010년 제주도(3차), 2011년 도쿄(4차), 2012년 베이징(5차), 2015년 서울(6차), 2018년 도쿄(7차), 2019년 청두(8차) 순으로 열렸다.
역대 한중일 정상회의는 지역적으로 인접한 3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확대할 방안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
2019년 청두 정상회의에서 채택됐던 '향후 10년 3국 협력 비전 성명'에도 평화·안보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무역투자 환경 실현, 과학 및 혁신, 역내 연계성 및 인프라, 재난위험경감, 문화와 인적교류 등 여러 분야 협력 방안이 담긴 바 있다.
한중일 3국은 과거사와 영토 갈등 등으로 정치·안보 협력은 더뎠지만,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다. 3국의 각종 협의체가 약 70개에 달한다는 것은 3국 간 실질협력의 밀도와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한일 강제징용 갈등이나 과거 중일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대립 등으로 한중일 정상회의가 공전할 때도 장관급을 비롯한 3국 세부 협의체는 돌아갔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SOM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복원에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3국 협력 메커니즘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북아를 무대로 한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4년 전과 비교해 한층 심화했다는 점은 이번 정상회의를 둘러싸고 눈여겨볼 대목이다.
2021년 출범한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을 규합해 경제·과학기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해 왔다. 한일은 미국의 동북아 핵심 동맹으로서 이에 일정 부분 협력해 왔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미일 협력이 한층 긴밀해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일 3국이 추진할 수 있는 협력 공간도 과거보다 좁아진 게 사실이다.
다만 한일 입장에서는 외교적 균형감각을 유지하며 중국과의 관계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중국 입장에서는 한일이 지나치게 대미 밀착 일변도로 흐르지 않게 한다는 측면에서 한중일 3국 협력은 아직 중요한 틀이다.
운신의 폭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3국 협력은 효용성이 높다는 평가가 외교가에서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세 나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물'을 이번 정상회의 주안점으로 제시한 것도 현재의 외교 환경에서 가능한 한중일 협력 공간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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