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먹으며 6월 중국전 추진했던 황선홍이 옳았다[취재파일]

이재호 기자 2023. 10. 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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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엄청 비난 받았다. 왜 중국인지. 꼭 그래야했는지.

하지만 이렇게 중국과 직접 맞붙는 대진이 성사됐고 지난 경험이 있었기에 큰문제없이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6월 평가전을 중국으로 추진했던 황선홍 감독의 선택은 이제야 재평가 받게 됐다.

ⓒ연합뉴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 중국 항저우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8강 중국전에서 홍현석과 송민규의 골로 2-0으로 승리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4강 상대는 우즈베키스탄이다.

전반 18분 선제골이 나왔다. 박스 중앙 오른쪽, 골대와 약 20m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홍현석이 수비키를 넘긴 왼발 슈팅으로 감아찼고 절묘하게 골대 구석으로 빨려 들어가 한국의 선제골이 됐다.

전반 35분, 오른쪽에서 조영욱이 과감하게 오른쪽 돌파 후 낮은 크로스를 올렸고 이 공은 몸을 날린 골키퍼를 지났고 송민규가 오른발로 밀어넣어 2-0이 됐고 이 스코어를 지켜 4강에 진출한 한국이다.

황선홍호는 지난 6월 A매치 데이에 중국 항저우에서 중국과 두 번의 평가전을 가졌다. 당시만 해도 비난이 워낙컸다. 1승1패 부진한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중 중국의 거친 축구로 인해 엄원상, 조영욱 등이 부상을 당하면서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거친 중국과 평가전을 하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라는 여론이 강하게 몰아쳤다.

물론 맞다. 중국은 황선홍 감독이 1998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평가전을 했다 자신이 부상으로 월드컵을 못뛰게 한 나라며, 2002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도 중국과 경기를 했다 지브릴 시세가 부상을 당해 월드컵을 날리게 한 나라다. 중국의 거친 축구는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아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는 확실히 안하는게 맞다.

그런데도 황 감독은 왜 중국과 평가전을 추진했을까. 대한축구협회와의 인터뷰에서 황 감독은 "핑계댈 생각은 조금도 없다. 모든 감독들은 좋은 팀과 좋은 장소에서 평가전을 하기를 원한다. 나도 그렇다. 다만 24세 이하를 운영하는 팀이 유럽에는 없다. 결국 아시아권에서 상대를 구해야 하는데, 시차가 많이 나는 중동에서 하는 것보다는, 어차피 대회가 중국에서 열리니 현지 적응 차원에서 기후나 분위기, 우리가 실제로 경기할 수도 있는 운동장을 경험해 보는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6월 중국 평가전 당시 선발 선수들. ⓒKFA

또한 "실제로 1차전과 2차전 경기때 당일 습도가 상당히 달랐는데, 2차전 후반에 들어서니 선수들이 제대로 뛰지를 못하더라. 경기전 워밍업할 때부터 코치들로부터 선수들이 제대로 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것은 현장 경험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다. 현지 적응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세계 어느나라와는 다른 특이한 행정 환경을 가지고 있다. 기후와 현지 환경 적응, 원정 팬 앞에서 경기하는 경험을 한국은 가장 최근인 3개월전에 했다.

실제로 이 6월 중국전 이후 만난 선수, 관계자들은 "정말 모든게 특이한 중국을 미리 경험해본 것은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한입모아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에겐 정말 큰 경험이 됐고 아시안 게임에 유용하게 쓸 양식을 모으는 평가전이었는데 감독님만 너무 비난 받아 안타깝다"고 전하기도 했다.

냉정하게 6월 평가전 상대로 유럽이나 중동은 지리적으로 너무 멀어 리그를 진행중인 선수들에 부담이 크고, 동남아팀과 붙자니 너무 상대가 약했다. 현지적응을 할 수 있는 중국을 먼저 경험한 것은 분명 얻을게 있었다.

물론 중국의 거친 축구로 인해 부상자가 나온 것은 아쉽지만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당시 중국전 이후 황선홍 감독에 대한 국내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아 황 감독이 이후 팀을 꾸리고 여론을 바꾸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렇게 중국에서 아시안게임을 16강까지 4경기 21득점 1실점으로 완벽하게 보내고, 중국과의 8강전까지 승리하는데 있어 6월 중국에서의 경험이 이제야 작용하고 있다. 지금 대표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6월 중국 평가전을 다녀온 선수들이다. 6월에 욕을 먹으면서도 뿌려둔 씨앗에 대한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황선홍호다.

ⓒ연합뉴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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