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 넓히는 전직 대통령들...'신·구 권력' 총선서 재격돌?
[앵커]
최근 전직 대통령들의 현안 관련 발언이나 현장 방문 등 정치적 행보가 전례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7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이 '신·구 권력' 대결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경수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잊힌 삶을 살겠다"던 애초 다짐과는 달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중에서도 유독 도드라진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퇴임 뒤 첫 서울 공식 일정으로 9·19 평양 공동선언 5주년 행사에 참석해 현 정부를 작심 비판한 게 대표적입니다.
[문재인 / 前 대통령 (지난달 19일) : 문재인 정부는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지금보다 좋았습니다. 경제는 보수정부가 낫다 이런 조작된 신화에서 이제는 벗어날 때가 되었다는 것을….]
장기간 단식으로 입원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직접 찾아간 것도, 역사 문제 등 주요 현안에 꾸준히 메시지를 낸 것도, 정치적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통계 조작 의혹과 원전 문제 등 전 정부를 향한 현 정부의 수사와 감사 탓에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측근들의 해석입니다.
[윤건영 /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난달 19일, MBC 라디오) : 검찰을 통한 뒤집기라든지 이런 것들을 통해서 자꾸 전임 대통령을 정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멈춰야 한다.]
정권 초반 윤석열 대통령의 비교적 낮은 지지율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등이 맞물리면서 문 전 대통령에게 일정 부분 정치적 공간이 열린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장 방문이나 언론 인터뷰 등으로 접촉면을 늘리고 있는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근혜 / 前 대통령 (지난달 25일) : 주민 여러분들 오래전부터 한번 뵈려고 그랬는데 건강이 안 좋고 이런저런 일로 많이 늦어졌어요. 근데 추석이 가까워서 추석 장도 볼 겸….]
이른바 과거 '친박' 인사들의 총선 출마는 자신과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나라에 조금이라도 도움되는 일은 하겠다고 밝혀 여지를 남겼습니다.
여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에서 박 전 대통령 영향력이 여전한 것으로 평가되는 터라, 국민의힘 지도부도 신경 쓰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김기현 / 국민의힘 대표 (지난달 13일) : 보수가 대단합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가지고 있는 많은 과거의 경험이나 가지고 있는 영향력, 이런 것들을 함께 대동단결할 수 있도록….]
지난해 사면 이후 첫 공개 연설에서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오지 여행'에 빗댄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외부 행보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MB 정부 출신 인사가 현 정부에 중용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이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명박 / 前 대통령 (지난 5월 15일) : (정치활동 재개한 거라는 해석도 나오는데요?) 나는 총선에도 관심이 없고 나는 나라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대놓고 정치 참여를 선언하진 않았지만, 전직 대통령들의 움직임이 내년 총선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거란 관측이 정치권에선 적잖습니다.
여야 각 진영이 총력전을 펼친 지난 대선은 0.73%포인트 차이 초박빙으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최근 여야의 극한 대치도 이 때문이란 분석이 많은데, 사실상 '대선 연장전'에 마침표를 찍을 내년 총선에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YTN 김경수입니다.
촬영기자: 이상은 박재상
VJ: 김지억
영상편집: 한수민
YTN 김경수 (kimgs8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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