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용 문신을 한 사나이와의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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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게 골프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기란 쉽지 않다.
한 1년 고생하고 나서 골프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골프에서 부드러움을 이기는 비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였다고 고백했다.
골프에서 부드러움의 위력을 확인한 그는 힘의 주먹세계에서 과감히 발을 빼고 예전의 빚을 갚는 생활로 180도 전환했다.
"골프가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한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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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부드럽게 골프를 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깨닫기란 쉽지 않다. 각자 부드러움에 대한 느낌과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부드러운 스윙을 하려고 부단히 애쓰지만 정말 부드러운 스윙을 하고 있는지도 의문일 때가 적지 않다.
부드러운 스윙에 대한 확신을 심어준 기회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지인의 주선으로 라운드를 함께 하게 된 그 사람은 첫눈에 골프를 잘 치겠다는 분위기를 풍겼다. 지인은 "동네에서 알게 된 후배인데 골프를 정말 쉽게 잘 치더라."며 함께 라운드할 것을 권했다.
그는 40대 중반으로, 복싱선수처럼 다져진 몸매에 눈매가 날카로웠다.
그는 티샷 차례가 되자 티잉 그라운드에 올라와 잠시 목표지점을 정하고 드라이버 헤드를 목표 방향과 스퀘어로 놓는가 싶더니 연습스윙 없이 그대로 들어 올려 슬렁 휘둘렀는데 볼은 멀리 날아갔다.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스윙 그 자체였다.
모두 탄성을 질렀다. 비거리도 일행 중 제일 길었다. 페어웨이에서의 우드 샷이나 아이언 샷 역시 무리 없이 물 흐르듯 이뤄졌다.
첫 홀을 마치고 나서 그가 언더파를 칠 수 있는 기량을 갖춘 골퍼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그는 언더파를 자주 치고 핸디캡을 0으로 놓는다고 말했다.
드라이브 샷은 항상 두 번째 샷을 하기에 알맞은 장소로 날아갔고 그린을 향한 볼도 퍼팅하기 편한 장소에 떨어졌다.
나는 겨우겨우 그와 보조를 맞춰 나갈 수 있었다. 그보다 짧은 비거리 때문에 롱 아이언이나 하이브리드, 우드로 버텨냈다.
후반 들어 그의 티샷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있을 수 없는 OB가 나오고 두 번째 샷 역시 그린을 비켜나가는 일이 일어났다. 그는 이상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잦은 실수에 화를 내거나 불쾌해하지는 않았다. 부드러운 스윙은 변함없었다. 무언지 모르지만 그의 내부에 부정적인 뭉게구름이 피어올랐음이 틀림없으리라 짐작할 뿐이었다. 나는 겨우겨우 잘 버텨 체면을 지킬 수 있었다.
놀란 것은 목욕탕에서였다. 탈의실에서 본 그의 등을 웅장한 용이 휘감고 있었다. 그는 남이 볼세라 문신이 새겨진 등에 타월을 덮고는 샤워장에 들어가 가볍게 샤워만 하고 욕탕에 들어가지 않고 그대로 나와 옷을 챙겨 입었다. 남의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 일부러 욕탕에 들어가지 않는 눈치였다.
클럽 하우스에서 식사를 하면서 "골프가 제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며 입을 연 그는 비로소 자신의 정체를 털어놨다.
그는 지역의 주먹으로 유명했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골프를 배웠는데 주먹 쓰듯 골프를 하려니 도저히 안 되더란다. 한 1년 고생하고 나서 골프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는데 골프에서 부드러움을 이기는 비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부터였다고 고백했다. 골프에서 부드러움의 위력을 확인한 그는 힘의 주먹세계에서 과감히 발을 빼고 예전의 빚을 갚는 생활로 180도 전환했다.
"골프가 저를 다시 태어나게 한 셈이지요."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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