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풍향계]⑤ 총선 3대 변수는 경제·심판론·외연 확장
‘재정 고삐’ 잡는 尹정부… 與 ‘울며 겨자 먹기’
野 “지역 숙원사업 예산 난감”
이재명 구속영장 기각에 ‘尹정권 심판론’과 ‘비명계 숙청론’도 제기
무당·중도층 공략 위한 외연 확장 긴요
제3지대 ‘비례 정당’ 가능성도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추석 6일 황금연휴가 민심의 1차 향방을 알 수 있는 척도가 됐다. 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 변화가 생길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상당수 전문가는 0.73%포인트 차 초박빙 대선 승부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고 한다. 과거와 달리 승자 쪽으로의 지지율 쏠림 현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연휴를 맞아 총선을 둘러싼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편집자 주]
총선까지 20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여야의 표심 공략 전략은 복잡해졌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성과와 ‘운명 공동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기존 ‘상저하고’ 경제 전망이 현실화하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부 환경에 따른 고유가와 고금리 등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거취와 당 내홍이 초대형 변수로 거론된다. 여당 입장에서 ‘정권 심판론’에 맞대응할 ‘이재명 심판론’이 불거질 상황이 돼서다. 여기에 무당층·중도층 표심 공략을 위한 외연 확장과 ‘제3지대’의 등장도 변수로 꼽힌다.
◇‘상저하고’ 경제 전망 ‘상저하저’ 되나...고유가·고금리도 악재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총선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다름아닌 경제다. 정부는 당초 우리 수출을 떠받치는 반도체 경기가 3분기부터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본격적인 반등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질적인 수출 회복은 내년 상반기가 지나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여기에 고(高)유가 등 대외 변수도 녹록잖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유가는 지난 7월 1500원 대에서 9월 말 현재 1800원대 돌파를 목전에 뒀다. 널뛰는 유가는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도 큰 부담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내년까지 연 5%대의 기준금리 유지 방침을 시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은행도 금리를 낮추긴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여권에 불리할 수 있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 다이어트’가 총선에 악재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통상 총선을 앞둔 해의 정부는 ‘선심성 예산’을 편성한다. 총선 승리를 위한 표심 공략이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며 부족해진 세수 탓에 정부가 지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내년도 예산안은 656조9000억원 규모다. 올해 예산안 대비 2.8% 늘어난 수준으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증가율이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정부와 기조를 맞출 방침이다. 정권 교체 후 윤석열 대통령 브랜드로 치르는 첫 선거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와 발을 맞춰야 하는 건 당연한 숙명”이라면서도 “지역 표심을 어떻게 끌어올지 당 차원에서도 모두 고민이 크다”고 했다.
야당은 경제 실정을 부각하며 재정 총지출 6% 증가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주장하는 한편, 역시 지역에 안겨줄 예산을 따내기 어려운 환경이 된 것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역 숙원사업에 예산 성과를 어필해야 지역민 표심을 얻을 수 있지만 다소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尹대통령이냐 이재명이냐...기로에 놓인 심판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소위 ‘심판론’도 내년 총선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27일 법원은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일 뿐, 이 대표는 향후 불구속 상태로 위증교사 혐의 등 관련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총선 6개월을 앞둔 당 대표가 법원을 드나드는 ‘사법 리스크’가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수사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정권 심판론’과 여러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을 부각하며 여권이 공격하는 ‘이재명 심판론’의 대결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당은 ‘정권 심판론’을 방어하면서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최대한 부각하는 방향으로 이번 총선 전략을 짜야 하는 입장이다. 혐의가 일부 소명됐다는 법원의 판단을 활용해 ‘이재명 심판론’으로 총선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고 할 전망이다.
반면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불구속 결정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정권 심판론’을 적극적으로 펼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재명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 비명계도 적지 않은 만큼 당 내에서도 ‘이재명 책임론’이 계속 불거질 것이라는 점이 변수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인 총선인 만큼 정석대로 ‘정권 심판론’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그러나 친명과 비명 간 당 내홍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민주당의 단일대오 형성이 어려워져 쪼개질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얻어 정권 심판론도 방어하고 총선을 이길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총선 승패는 중도·무당층이 관건?… 외연 확장부터 제3지대까지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의 승패는 여야 중 누가 중도·무당층 표심 공략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무당층은 늘어나는데, 양당 지지율은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양당 모두 중도·무당층을 겨냥한 외연 확장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다.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의 합당 절차를 밟고 지금의 민주당에 불만이 있는 민주당 출신 인사들을 영입하는 등 외연 확장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제3지대인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한국의희망’과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선택’ 등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거대 양당의 정치적 대립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범친명(이재명)계인 홍익표호(號) 원내지도부를 꾸리면서 당내 내홍을 해결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만큼, 체포동의안 가결로 엿보인 계파 간 갈등과 대립을 총선 전에 ‘원팀’으로 모으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당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원팀이 될 수 있도록 당내 분열을 해소하고 통합하는데, 결속을 다지겠다”고 했다.
다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중도·무당층이 사표(死票)보다는 어느 한쪽으로 기우는 현상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권을 하는 것보다 거대 양당 소속 후보에서 차선을 고르면서도 비례 정당 투에서 제3지대를 찍을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에 대한 혐오도가 높은 만큼 기권을 많이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중도·무당층도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한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야 중 어느 쪽이 극한 대립을 끝내고 합리적인 정치를 이끌어갈 것인지를 총선에 나오는 여야 메시지를 통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외연 확장을 위한 행동이나 스탠스(입장)를 보여준 쪽에 중도·무당층의 표심도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제3지대들끼리 연대를 한다면 비례대표 투표에서는 유의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특히 국민적 신망과 기대가 있는 사람들이 비례로 있다면 가능하다”고 했다. 극심한 진영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비례대표를 거대 양당이 아닌 제3 정당에서 찍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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