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금융人]② 배원준 신한은행 위폐감별사 “창과 방패의 싸움에 오감 동원… 냄새로도 위폐 구분”

김수정 기자 2023. 10. 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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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전 지점서 들어오는 외화위폐 감별
위폐 감별에 시각, 촉각, 후각 등 이용
거스름돈 ‘바꿔치기’로 나도 모르게 위폐 보유
전 세계 화폐에 대한 관심이 위폐감별사로 성장
지난 9월 22일 서울 중구 삼각동에 위치한 신한은행 광교별관 지점에서 배원준 외환지원부 팀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위폐 감별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이야기한다. 위폐감별사가 위조지폐 단서를 찾아내면 위폐범은 들키지 않기 위해 위폐 기술을 더욱 고도화한다. 새로운 창이 만들어지면 곧 새로운 방패가 나타나는 것이다. 위폐감별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위폐 기술을 포착하기 위해 연구한다.”

신한은행에서 위폐감별사로 일하고 있는 배원준 외환사업부 팀장을 지난 9월 22일 서울 삼각동 신한은행 외환사업부에서 만났다. 배 팀장은 “위폐범이 위폐를 만드는 걸 막을 순 없지만, 위폐감별사가 끊임없이 새로운 위폐 기술을 연구해 쫓으면 위폐범이 위폐를 만드는데 비용이 더 들어가게 돼 서서히 위폐는 감소하게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위폐는 신뢰로 형성된 자본주의 화폐 기능을 타락시켜 국가 신뢰와 경제 체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위폐감별사는 이러한 위폐와 진폐를 구분해 화폐경제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국내 위폐감별사는 한국은행, 시중은행, 국가정보원 등에 소속되어 위폐 여부를 식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최근에는 기술 발전에 따른 초정밀 위폐식별 기계의 도움으로 위폐식별이 과거보다 정교해졌지만, 그만큼 위조지폐 제작 기술도 발전해 여전히 기계가 아닌 사람의 감각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

배 팀장이 하루에 검수하는 외화는 한화로 환산하면 50억원 규모에 달한다. 해외에서 온 고객이 신한은행에서 돈을 환전하거나 외국은행이 판 외화 등 국내 신한은행 전 지점에 들어오는 외화는 배 팀장이 있는 외환사업부로 들어온다. 그렇게 들어온 외화를 한 대당 1억원이 넘는 고성능 위폐 정밀검사기에 넣으면 기계가 위변조로 의심되는 화폐를 따로 분류한다. ‘이상’으로 분류된 화폐들은 배 팀장이 진짜 위폐인지를 가린다. 이 과정을 거쳐 위폐로 최종 판단되면 경찰에 신고한다.

신한은행은 전 세계 44개국의 외화를 취급하는데 배 팀장은 어떤 외화든 눈으로 보기만 해도 위폐인지 감별할 수 있다. 미국 달러,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와 같이 한국인에게 친숙한 외화뿐만 아니라 케냐 실링,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와 같이 생소한 외화도 위폐 여부를 식별해 낸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 위폐식별장치로 구분하는 것을 넘어 각 나라 화폐에 그려진 그림이나 특징 등을 알아야 한다. 배 팀장의 화폐에 대한 큰 관심과 애정이 전 세계 위폐를 찾아내는 원동력이 됐다.

배 팀장은 SC제일은행을 거쳐 지난 2010년부터 신한은행에서 위폐감별사로 근무하고 있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위폐감별사다. 또 배 팀장은 지난 2018년부터 위폐전문가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폐전문가그룹은 은행연합회와 국가정보원이 위폐 관련 전문가들을 한자리에 모아 발족한 전문가 집단으로 현재 은행연합회·국정원·한국은행·시중은행 전문가 등 총 12명이 활동하고 있다. 배 팀장은 위폐감별사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국무총리 표창, 정보통신부 장관 표창, 한국은행 총재 표창 등을 수상했기도 하다. 다음은 배 팀장과 일문일답.

—위폐와 진폐를 어떻게 구분하는가.

“위폐 구분에는 다양한 감각이 사용된다. 먼저 시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위폐식별장치로 숨은그림과 입체형 부분노출은선이 있다. 숨은그림은 화폐를 빛에 비추었을 때 달러는 프랭클린 초상화가, 위안화는 마오쩌둥 초상화가 있어야 한다. 다만 최근에는 대부분 사람이 숨은그림으로 위폐를 구분해 위폐범이 스티커를 붙여 숨은그림을 만들어 낸다. 이럴 때는 입체형 부분노출은선으로 구분한다. 진폐는 화폐 앞면과 뒷면을 붙여 만들어 입체형 부분노출은선이 박음질 원리로 박혀 빛에 대면 일직선 모양을 보인다. 그러나 위폐는 싸게 만들어야 하는 만큼 겉으로 보기에 은선 모양만 구형한다. 이에 빛에 대면 점선의 형태를 띤다.”

지난 9월 22일 서울 중구 삼각동에 위치한 신한은행 광교별관 지점에서 배원준 외환지원부 팀장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시각 요소 외에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촉각과 후각까지도 이용한다. 진폐는 판화처럼 원판을 파서 찍기 때문에 잉크의 높낮이가 다른데 위폐는 비용 문제 때문에 대부분 인쇄하는 방식이라 촉감이 다르다. 가령 100달러짜리 지폐는 인물 오른쪽 어깨 부분, 100위안화의 경우 왼쪽 머리 부분을 만져 오돌토돌하면 진폐이고 밋밋하면 위폐다. 일반인들도 이런 간단한 위폐식별장치를 알고 있으면 충분히 위폐 여부를 구분할 수 있다. 또 진폐의 경우는 인체에 해가 안되는 잉크를 쓰는 반면 위폐는 값싼 화공약품 써 잉크 향이 강하다. 후각적 부분은 일반인이 구분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냄새로도 구분한다.”

—국내에 외화 위폐는 어떻게 유입되는가.

“한국인의 경우 동남아를 비롯한 외국에서 ‘바꿔치기’를 당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한국은행은 국내에서 가짜 돈을 제작할 때 크기를 다르게 해야 하는 등 법으로 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다. 외국에서는 위폐를 만들고 여행 돈이 든 지갑 또는 가방을 여행객이 잠시 떨어진 틈을 이용해 진짜 돈과 가짜 돈을 바꿔치기하거나 100달러 등 고액을 사용할 경우 잔돈을 가짜 돈으로 거슬러 주는 수법 등을 주로 사용한다. 이 경우 외국돈이라 위폐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나도 모르게 위폐를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외화 위폐 적발 건수나 위폐 발행 추세가 궁금하다.

“시기마다 위폐 적발 현황도 달라진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혔을 때 국내에 들어오는 외화가 적어지니 적발되는 위폐 건수가 적었다. 지난 2016년 외화 위폐가 798건 적발됐고 그 규모가 61만달러에 달한 데 반해 지난 2020년에는 297건, 26만달러로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다만 올해부터 해외여행이 활발해지며 들어오는 외화가 많아진 만큼 위폐양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위폐 발행 추세는 해마다 다르지만, 미 달러 위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본인만의 위폐 감별 노하우가 있다면.

“달러의 경우 12개 주에서 발행된다. 나는 이왕이면 다른 주에서 만드는 달러끼리 비교하는 것보다는 같은 주에서 만드는 달러를 비교하려고 한다. 사실 미국 달러는 다 똑같으니깐 진폐라고 하면 다른 주에서 만들어도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아주 미세하게 잉크 압이나 배열이 12개 주가 각각 다르게 나온다. 그런 것을 보며 위폐 여부를 감별하는 게 더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찾다 보면 12개 주에서 나올 수 없는 제13주 지폐가 나오는데, 그 달러가 위폐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있는 신한은행 본점. /신한은행 제공

—어떻게 화폐에 관심을 두게 됐는가.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다. 제일은행에 입사한 후 고객들이 외화를 환전하러 오니 자연스럽게 다양한 화폐를 접하게 됐다. 화폐를 보며 각 나라 화폐의 인물, 역사, 문화 등에 궁금증과 관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전 세계 국가의 화폐를 모으기 시작했다. 해외에 나가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구매할 수 있는 화폐는 직접 구했는데, 구할 수 없는 화폐도 있었다. 그런 화폐는 국내 대사관에 직접 찾아가 고향에 갔다 와 남는 화폐가 있는 대사관 직원에게 구매했다. 화폐를 모으면서 자연스럽게 화폐를 보는 안목이 쌓였다. ‘이 화폐에는 책 모양 그림이 있는데 여기에는 없네’ 식으로 틀린그림찾기 게임을 하듯 위폐를 구분했다.”

—위폐감별사로서 커리어는 어떻게 쌓았는가.

“현재 위폐 감별은 특정한 교육과정이나 자격증이 없다. 정형화된 교육과정이 아니라 상당 기간 해당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인정받아야 위폐감별사라는 자격을 얻게 된다. 지난 2008년 제일은행 퇴직 후에는 본격적으로 위폐감별사로서 삶을 살았다. 세계화폐연구소를 열었고, 국가정보원의 의뢰를 받아 위조화폐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그러던 차에 2010년 신한은행에 위조감별사로 입사했다. 신한은행처럼 전 세계 다양한 화폐를 취급하는 은행에서 일하는 것은 행운이다. 자부심도 있다. 위폐가 많은 나라는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국가 불신도 높다. 그런 점에서 위폐를 최소화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 배원준 팀장은

▲한국사이버대학교 학사 ▲동국대학교 경찰사법대학원 석사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 박사 ▲제일은행 (1984~2008) ▲화폐연구소(2008~2009) ▲신한은행 외환사업부(2009~) ▲위폐전문가그룹(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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