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항저우] '믿고 맡기는' 배구만으로는 더 이상 어렵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믿고 맡기는 배구. 운과 특정 선수 모두에 해당되는 말이다.
'베트남한테 또 지지 않겠지'라는 불투명한 기대는 실현되지 못했다. 한국은 막연한 믿음만으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일, 중국 항저우 사범대학 창첸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조별리그 C조 경기에서 베트남(세계 39위)에 세트스코어 2-3으로(25-16, 25-22, 22-25, 22-25, 11-15)로 패했다.
이 날 강소휘가 23득점,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에 빛이 바랬다. 뒤를 이어 박정아 18득점, 이다현 13득점했다.
벌써 1패를 안고 시작했다. 네팔전에서 이겨도 1승1패, 조2위로 8강에 나서기 때문에 아시아 최강국인 중국과 마주칠 확률이 높다.
한국은 올해 베트남전 패배 충격의 '유경력자'다. 1, 2세트를 따고 3, 4세트를 연이어 내주고 5세트에서 엎어졌다는 점에서는 9월 초에 치렀던 아시아선수권대회 첫 경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물론 한번 졌던 상대에게 또 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그때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심지어 전날 네팔과 대결했던 베트남은 하루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바로 두 번째 경기에 나섰다. 이쪽에서 체력 문제는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 직전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을 마치고 지난 26일 곧장 항저우에 건너왔지만 그 뒤로 일주일 가까이 휴식했다. 따지자면 이번 대회에 나서는 중국(6위), 일본(9위), 태국(13위)도 한국과 똑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오히려 하루만에 바로 두 번째 경기에 나온 베트남에 밀렸다면, 국제대회 이전에 프로선수로서 체력과 정신력 관리부터 미달이다.
차이도 뚜렷했다. 베트남은 날아가는 공에 안간힘을 다해 달라붙는 모습이 보였다. 후위에서 빠르게 들어오는 이동공격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은 쓰리블로커가 떴는데도 눈에 띄게 낮은 점프였고, 멀리 가는 공도 제 자리에서 팔만 뻗다가 놓치고 쓰러지는 장면이 종종 불거졌다. 수비 실패후 기력이 풀어지는 모습에서는 아쉬움이 얼룩졌다.
질이 떨어지는 운영도 패인 중 하나다. 패색이 짙어지자 한쪽 공격수만 사용하는 경기 운영은 이미 상대에게 다 읽혔고, 미들블로커의 정수리 바로 위로 뜨는 짧고 낮은 볼은 불안정했다. 상대 블로커 사이를 한번에 제대로 뚫지 못한다면 어택커버조차 하기 힘든 높이였다.
베트남전이 난전이라는 사실은 아시아선수권대회부터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당시 베트남은 첫 상대인 일본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을 벌였고 태국에도 달라붙어 기어이 한 세트를 뺏어왔다. 한국이 풀세트 접전 끝에 겨우 엎었던 대만(45위)을 상대로는 3-1 완승을 거뒀다. 한국과 엇비슷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경기력을 펼쳤는데도 한국은 지난번 접전에 이어 이번에도 방심하며 똑같은 패배를 되풀이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는 북한, 인도(65위), 중국, 태국, 대만, 몽골(78위), 베트남, 네팔(89위), 한국, 일본,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홍콩(69위)으로 총 13개국이 출격한다.
A조에는 중국, 인도, 북한이 속해있으며 B조에는 태국, 대만, 몽골이 함께 있다. 한국은 베트남, 네팔과 C조에 속해있으며 D조에는 일본, 카자흐스탄, 아프가니스탄, 홍콩이 한데 묶여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조 상위 2위 안에 들면 조별리그 2라운드에 진출, 다시 2라운드 조 2위 안에 들면 준결승에 나설 수 있다.
태국, 중국, 일본은 이미 한국의 전력을 훨씬 웃돌고 베트남도 이미 네팔에 이어 한국을 잡고 조1위를 확정했다. 이대로는 북한을 만나도 확실하게 이긴다는 보장이 없으며 인도 또한 마찬가지다.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이 대만(세계 45위)에 3-2 신승했지만 이마저도 또 한 번의 승리를 단언하기 어렵다. 세계랭킹 32위의 카자흐스탄에는 아시아선수권에서 이미 셧아웃으로 한 차례 졌다. 막연히 '4강에 가고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만일 4강에서 떨어져 순위결정전으로 밀린다 해도 5위조차 장담하기 힘들다.
한국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후에 바로 2023-24 프로배구 V-리그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국내대회가 열리기 전 마지막 국제 종합무대에서 최대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애써야한다.
한국은 2일 오전, 한국시간으로 11시 30분 네팔과의 조별리그 C조 두 번째 경기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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