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노메달' 3대3 농구 강양현 감독 "요리·상담·코칭 다했지만…"
"여준석·이현중 왔으면 金이겠지만 지난 일…선수들 칭찬하고파"
(후저우=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부대찌개, 된장찌개, 갈비탕까지…재료 다 싸서 들고 와서 손수 밥도 다 해줬습니다."
결국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노메달'로 끝났지만, 3대3 농구 대표팀의 여정에서 강양현 감독은 '일인다역'을 했다.
1점 차 패배가 이어지며 메달 없이 발길을 돌리게 된 강 감독은 결과와 관계없이 선수들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강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일 오후 중국 저장성 후저우의 더칭 농구 코트에서 열린 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몽골에 20-21로 패해 최종 4위로 대회를 마쳤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강 감독은 "설거지 부분이 고민이었다. 분식점에서 하는 방식으로 비닐봉지를 써서 치우니까 품이 덜 들더라"라며 "애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식사를) 차리는 것도, 치우는 것도 다 했다"고 말했다.
강 감독과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선 서명진(24·현대모비스), 이원석(삼성), 이두원(kt·이상 23), 김동현(21·KCC)은 모두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다.
강 감독은 감독으로서 전술적인 코칭과 함께 심리 상담뿐 아니라 '매니저'의 역할까지 겸해서 팀을 끌고 왔다.
강 감독은 "내가 하는 일은 사실 초, 중, 고등학교 코치들이 지금 다 하는 일"이라며 "나도 그런 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강 감독은 11년 전 어려움 속에서도 부산중앙고를 이끈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선수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농구를 계속하도록 부산중앙고 선수들에게 동기를 불어넣는 모습이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로 각색돼 나왔다.
2012년 전체 선수 6명 만으로 전국 고교농구대회에 출전했다가, 1명이 다쳐 남은 5명으로 교체 한번 없이 결승까지 뛰는 일도 있었다. 결승에서는 당대 최강 용산고에 졌다.
'동기 부여형' 지도자인 강 감독은 이번에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결승 무대도 밟지 못했다.
최대 고비로 꼽힌 대만과 4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17-18로 패했기 때문이다.
강 감독은 "대한민국농구협회에서 지원을 잘 해주셨다. 성적을 내서, 3대3 농구에 대한 지원을 더 높일 기회였는데 아쉽다"며 "선수들은 열심히 싸웠고, 잘해줬다. 경험이 부족한 것뿐이었다"고 돌아봤다.
프로농구에서 뛰는 선수들은 3대3 농구가 생소하다.
이런 약점이 가장 부각된 순간이 바로 대만과 연장전이었다.
3대3 농구에서는 연장에서 먼저 2점을 내면 이긴다.
17-16으로 앞선 상황에서 김동현이 2점(5대5 농구의 3점) 슛 기회를 잡았다. 1점만 내면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마침 상대는 팀 파울 상황이라 반칙만 얻어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김동현은 외곽슛을 던졌고, 공은 림을 외면했다. 직후 역전 2점을 얻어맞은 대표팀은 결승행이 좌절됐다.
강 감독은 "그 장면이 선수들이 3대3 농구에 대한 경험 부족이 드러난 건데, 우리 선수들이 제대로 연습한 게 한 달 정도"며 "그런데도 이 정도 성적은 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건데, 앞으로 미리 준비만 한다면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가 3대3 농구를 조금만 더 경험했으면 오늘 같은 경기는 없었을 것"이라며 "3대3 농구도 결국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강 감독은 함께한 선수들을 뽑은 일에 전혀 후회가 없다고 했다.
강 감독은 "보다시피 여준석(곤자가대), 이현중(일라와라) 선수가 왔으면 금메달을 땄을 거다. 그러나 그건 다 지난 일"이라며 "열심히 해준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굉장히 잘한 선발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격려했다.
이어 더 많은 유망주가 3대3 농구를 경험했으면 한다는 당부도 전했다.
강 감독은 "농구는 자유로운 운동이다. 농구는 자유고, 음악으로 치면 힙합인데, 우리나라는 그렇지는 않다"며 "발라드처럼 보수적인 부분도 있다. 그런데 3대3 농구는 격한 몸싸움이 기본이고, 기술도 연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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