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출전 종목서 모두 입상…한국, e스포츠 종주국 위상 각인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이 e스포츠가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총 4개의 메달을 따내며 'e스포츠 종주국'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 각인했다.
한국은 1일 배틀그라운드(PUBG) 모바일 결선전으로 끝난 이번 AG e스포츠 종목 도전에서 금 2개, 은 1개, 동 1개를 기록했다.
한국은 앞서 'FC 온라인'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값진 첫 금메달을 따냈다.
이어 세계적인 인기 e스포츠 종목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강팀인 중국과 대만을 연달아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날 열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종목에서는 중국의 압도적인 선두 아래에서도 분전 끝에 은메달을 기록했다.
e스포츠 강국 한국…KeSPA '물심양면' 지원 힘입어 쾌거
한국은 1990년대 말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중심으로 프로 스포츠 종목으로서의 e스포츠를 정립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인기를 바탕으로 1999년에는 한국e스포츠협회(KeSPA)가 출범했고, 그 이듬해에는 세계 최초의 e스포츠 방송국 온게임넷(현 OGN)이 개국했다.
2001년에는 전 세계적인 e스포츠 국가대항전 WCG(월드사이버게임즈)가 삼성전자의 후원을 받아 출범했고,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해 '워크래프트 3'·'카운터 스트라이크' 등의 e스포츠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한국은 높은 인터넷 보급률, 전국적인 PC방 인프라를 기반으로 세계적인 e스포츠 강국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2011년 이후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떠오른 LoL e스포츠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냈다.
한국 팀은 2012년 열린 제2회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고, 그 이듬해 열린 3회에서는 이번 AG 대표팀 주장으로 금메달을 들어올린 '페이커' 이상혁(27)이 속한 T1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역대 롤드컵에서 총 7번 우승했다.
e스포츠 산업의 눈부신 성장에 최근에는 넥슨,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들도 자사 게임의 e스포츠화에 관심을 가지고 뛰어들었다.
이번 AG에서의 대표팀 선전 배경에는 대표팀 선발 직후 KeSPA의 지원도 한몫했다.
KeSPA는 LoL 대표팀의 경우 AG 경기에서 사용되는 게임 버전을 조기에 구해 연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또 경기 방식이 크게 바뀐 PUBG 모바일도 종목사인 크래프톤과의 협업을 통해 국내 선수로 구성된 스크림(비공식 평가전) 팀을 구성,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중국 편파 운영' 논란은 여전히 도마 위
이번 항저우 AG e스포츠 종목은 중국에 편파적으로 운영됐다는 '꼬리표'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종목 선정 자체가 중국에 유리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한국이 출전하지 않은 '왕자영요'와 '몽삼국2'는 중국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으로, 중국과 일부 동남아·중화권 국가를 제외하면 거의 플레이하지 않는 종목이다.
또 PUBG 모바일의 경우 중국 텐센트 주도로 만들어진 중국 버전 '화평정영'이 종목으로 선정됐다.
그마저도 게임의 핵심인 플레이어 간 전투(PvP) 요소가 배제돼 사실상 이름만 같고 완전히 다른 종목으로 바뀌었다.
전투 요소가 빠진 이유는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플레이어 간에 서로 총기를 들고 싸우는 내용이 화합을 해친다는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자국 내에서 유통되는 게임에 강도 높은 검열 조치를 가하고, 게임의 폭력성이나 과몰입 이슈에 민감하게 대응해왔던 중국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LoL 종목도 대회에 사용될 버전이 지난 6월 도입된 구버전인 13.12 버전이라는 점이 9월 초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을 비롯한 해외 팀은 항저우AG에서 사용될 패치 버전을 구하지 못해 구성 초기 연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중국은 자국 리그를 끝마친 직후 곧바로 합숙에 들어가 13.12버전으로 한 달 전부터 미리 연습을 해왔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돼왔다.
한국 LoL 대표팀은 이런 편파 운영 논란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4강전에서 중국을 2:0으로 완파했고, 끝내 금메달까지 전승 우승하는 쾌거를 거뒀다.
팬들, 부족한 중계 여건에 불만…다음 AG때는 개선될까
정식 종목 채택으로 높아진 e스포츠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중계 여건은 턱없이 부족했다.
당장 지상파 방송 3사에서는 e스포츠 종목 경기를 전혀 시청할 수 없어 팬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나왔다.
이번 AG e스포츠 중계권을 획득한 국내 기업은 스포츠 전문 채널 스포티비와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뿐이었다.
중계는 그마저도 LoL이나 PUBG 모바일 같은 인기 종목 중계에 편중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이 금메달을 획득한 '스트리트 파이터 V'의 경우 대회 내내 중계가 진행되지 않다 김관우 선수가 결승전에 진출하자 당일 급하게 스포티비에서 영어 중계가 송출됐다.
e스포츠는 일본에서 개최될 2026 아이치-나고야 AG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선정됐다.
e스포츠가 항저우 AG 준비·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고 당당한 정식 스포츠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juju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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