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탄생 50주년…항저우에 출사표 던진 한국 ‘브레이킹’
‘2022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지난 9월 23일 개막했다. 우여곡절 끝에 몇 번의 변경을 거쳐 결국 2023년 9월에 막을 올렸다. 모든 종목의 모든 한국인 선수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음악에 관해 글을 써온 사람으로서, 특히 힙합과 관련한 여러 활동을 해온 사람으로서 이번 아시안 게임 종목 중 유독 눈에 들어오는 종목이 있다. 바로 ‘브레이킹’이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는 브레이킹이란 종목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비보잉’이다. 우리가 아는 그 비보잉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브레이킹 경기는 오는 10월 6일과 7일, 양일 간 열린다. 10월 8일에 대회가 폐막하니 어찌 보면 대회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종목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아, 브레이킹은 이번 아시안 게임과 더불어 다가오는 프랑스 파리 올림픽에도 역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있다. 힙합의 팬으로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보잉은 흔히 힙합의 4대 요소 중 하나로 불린다. 랩, 디제잉, 그래피티, 그리고 비보잉이다. 물론 이러한 묶음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인위적인 구분 짓기라거나, 그 네 요소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 말이다.
하지만 이 네 요소에만 갇히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한다면 이런 리스팅은 힙합에 흥미를 갖고 알아가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무엇이든 동전의 양면을 갖고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힙합의 4대 요소는 어떻게 탄생한 걸까. 그 실마리를 찾으려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83년에 공개된 힙합 영화 <와일드스타일(Wild Style)>은 힙합의 여러 요소를 묶어서 보여준 최초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팹파이브프레디(Fab 5 Freddy)는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낸 인물이었다.
팹파이브프레디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한 문화가 완성되려면 음악, 댄스, 비주얼아트가 함께 있어야한다는 말을 어디에서 읽은 적 있어. 그때 난 깨달았지. 어? 이게 지금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인데? 그래피티도 있고, 브레이크댄스도 있고, 엠씨, 디제이도 있었으니까. 내가 보기에 그 네 개는 하나였어”
팹파이브프레디의 말에서 우리는 힙합의 4대 요소에 얽힌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는 ‘힙합의 여러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이상적인 모습’을 자신의 영화에서 구현했고, 영화 속에 담긴 그 모습이 현실에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물론 또 다른 역사적 사실, 그리고 또 다른 관점과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내가 자료를 뒤적이며 찾아낸 가장 설득력 있는 기원이다.
사실 비보잉의 정식 종목 채택은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물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진작 채택됐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비보잉이야말로 아시안 게임이나 올림픽을 비롯한 ‘국가대항전’에 더없이 어울리는 경연이기 때문이다.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하는지 궁금해 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잠시 한 힙합 다큐멘터리에 대해 이야기할 차례다.
<러블킹스(Rubble Kings)>는 2010년에 개봉한 힙합 다큐멘터리다. 뉴욕의 자치구 중 하나인 브롱스는 1970년대에는 버림받은 땅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브롱스의 갱 문화는 1960년대 미국 흑인 인권운동이 남기고간 아쉬움과 울분의 대물림이었다.
러블킹스는 그 어떤 법 또는 기관에서도 막을 수 없었던 폭력을 서서히 완화시킨 힙합 문화의 탄생기를 서술한다. 실제로 서로를 공격하고 죽이던 갱단의 젊은이들이, 문화와 예술로 대결하며 평화와 긍정으로 나아갔던 역사를 담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연히 비보잉은 그 중심에 있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향상시키고,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하고, 그 바탕에는 늘 평화가 있는 것. 비보잉과 아시안 게임이 어떻게 안 어울릴 수가 있을까.
더군다나 한국 비보이들의 실력과 명성은 이번 아시안 게임의 브레이킹 종목에 더욱 더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한국 비보이들의 실력은 20여 년 전부터 늘 ‘진짜’였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대회를 휩쓸었던 한국의 비보이 크루 ‘갬블러(Gamblerz)’의 멤버들이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도 포진해 있다.
정형식 감독(Sick), 소재환 코치(King So)가 바로 그들이다. 선수 시절 한국을 최고의 비보잉 국가 반열에 올려놓았던 이들이 이제는 감독과 코치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다.
김홍열(Hong10) 선수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아마도 한국 비보잉을 가장 오랫동안 대표해온 선수가 아닐까. 그의 위엄을 알고 싶다면 세계대회에서 그가 외국인들에게 어떤 대접을 받는지 보면 된다.
비보이 말고 비걸도 있다. 전지예(Fresh Bella) 선수는 최근 가장 폼이 좋은 비걸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비걸 권성희(Starry) 선수에게도 기대를 걸만 하다. 또한 김헌우(Wing) 선수 역시 한국 비보잉을 대표하는 베테랑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힙합이 탄생한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새롭지만 그래서 기성세대의 눈에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던 힙합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이자 문화가 되어 있다.
실제로 미국 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를 기념하는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 힙합 탄생 50주년에, 한국의 비보이와 비걸이 선전한다면 조금 더 의미 있고 조금 더 즐겁지 않으려나. 한국 비보잉의 아시안 게임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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