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코치 명함 금색’ 결기, ‘선수촌 밖 외박 금지’...이 악문 김학균호 10개월, 배드민턴 대업 이뤘다 [항저우 AG]

김경무 2023. 10. 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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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3-0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딴 한국팀 김학균 감독-이경원 코치(가운데)가 선수들과 시상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우승 주역인 안세영(가운데)과 김가은(왼쪽), 3번째 단식 대기조인 김가람이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항저우=김경무 전문기자] “우리 코치진 명함, 모두 금빛으로 만들었어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의 오랜 금메달 갈증을 반드시 우리가 풀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공개모집 경쟁을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을 새롭게 이끌게 된 김학균(52) 감독. 그는 이후 기자들와 만난 자리에서 불쑥 금색 바탕으로 된 자신의 명함을 꺼내 보이며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내비쳐 주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김학균 감독-이경원 코치가 선수들과 코트에 뒤엉켜 기쁨을 나누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김학균(왼쪽) 감독과 안세영(가운데) 선수들의 우승 환호. 항저우|연합뉴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 이용대-이효정의 혼합복식 금메달 이후, 한국 배드민턴은 2020 도쿄올림픽까지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셔틀콕 강국의 이미지가 갈수록 퇴색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또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는 1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하는 등 치욕을 맛봤고, 강경진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주니어 대표팀 선수들을 오랜 동안 조련해온 ‘승부사’ 김학균 감독. 그가 지난해말부터 국가대표팀을 이끌게 되면서 한국 배드민턴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올해 8월 코펜하겐 세계선수권과 항저우아시안게임에 대비해 대표팀 선수들의 철저한 몸관리를 지시했다. 특히 국내대회나 국제대회가 끝난 뒤에도 외박은 절대금지 원칙을 내세우며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이 한눈 팔지 않고 독하게 훈련하도록 요구했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10개월 동안 대표팀을 조련하면서 김 감독은 ‘셔틀콕 천재’ 안세영을 올해 명실상부한 여자단식 세계 1위로 만들었다. 그리고 여자복식, 남자복식 등에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대회 때마다 숱한 우승을 일궈내면서 그는 일약 ‘금메달 제조기’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이번 아시안게임 전에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는 등 빛나는 성과를 냈다. 그리고 보란 듯 이번에 대업 하나를 달성했다.

시상대 맨 위에선 배드민턴 여자대표팀. 항저우|연합뉴스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단체전 결승.

한국대표팀이 강력한 금메달 후보이던 중국을 맞아 단 1세트로 내주지 않고 3-0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 감격을 맛본 것이다.

한국 배드민턴이 아시안게임 여자단체전에서 지난 1994 히로시마 대회 때 이후 29년 만에 금메달을 획득한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은 여자단체전에서 2~3위를 오락가락했으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남자팀과 함께 8강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김학균 감독은 이날 시상식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 압승은 예상하지 못했다. 퍼펙트하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것은 아마 한국과 중국 배드민턴 역사상 처음일 것”이라고 감격해했다.

그는 “모두가 화합이 잘 됐다. (남자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딴) 남자대표팀이 분위기를 워낙 잘 띄워줬고, 여자 선수들도 부상을 딛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천위페이를 잡은 안세영. 항저우|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21·삼성생명)이 3위 천위페이(25)를 2-0(21-12, 21-13)으로 가볍게 완파하며 기세를 올렸다.

안세영의 신들린 듯한 스텝을 바탕으로 한 정교한 헤어핀, 클리어, 스매시에 지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천위페이는 힘을 쓰지 못했다.

천위페이는 더구나 항저우가 고향이어서 홈팬들의 열띤 응원을 받았으나 안세영한테 상대가 되지 못했다.

세계랭킹 1위를 잡은 이소희(앞)-백하나. 항저우|연합뉴스


이소희-백하나. 항저우|연합뉴스


두번째 복식에서도 세계 2위 이소희(29·인천국제공항)-백하나(23·MG새마을금고)가 1위 첸칭천(26)-지아이판(26)을 예상 밖으로 2-0(21-18, 21-14)으로 물리쳐 승부는 한국팀으로 완전 기울었다.

그리고 이어진 단식에서 세계 18위 김가은(25·삼성생명)이 5위 허빙자오(26)마저 2-0(23-21, 21-17)으로 격파해 승부가 마무리됐다.

허빙자오를 잡고 승부를 마무리한 김가은. 항저우|연합뉴스


김가은의 수비. 항저우|연합뉴스


한국은 이날 4번째 게임인 복식에서 세계 3위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공희용(26·전북은행), 5번째 게임인 단식에서 김가람(22·KGC인삼공사)이 대기중이었으나, 뛸 필요가 없었다.

김학균 감독은 경기 뒤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정말 믿기지 않지만 선수들이 믿고 따라와줘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모든 종목에서 고른 메달을 따겠다고 약속한 부분이 이루어질 것 같다. 다시 오늘부터 개인전 지도자들과 선수들과 준비해서 보답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kkm100@sportsseoul.com

<여자단체전 결승>

대한민국 3-0 중국

안세영 2-0 천위페이(21-12, 21-13)

이소희-백하나 2-0 첸칭천-지아이판(21-18, 21-14)

김가은 2-0 허빙자오(23-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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