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혹은 ‘숙청’… 이재명의 선택은?

김현우 2023. 10. 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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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민주당 내 '색출' 여론은 잠잠해졌다.

반면 결국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해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극복했고, 당은 '방탄' 딱지를 뗀 만큼 당내 통합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원내지도부는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의원들의 의견을 잘 조율해야 하는 위치"라면서도 "이 대표 영장 기각 이후 강성 당원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당원 목소리가 명분이라면 숙청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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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민주당 내 ‘색출’ 여론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당 일부에서는 여전히 이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반면 결국 체포동의안 가결로 인해 이 대표가 사법리스크를 극복했고, 당은 ‘방탄’ 딱지를 뗀 만큼 당내 통합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 대표가 복귀한 뒤 통합을 택할지, 숙청을 택할지를 두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동취재
대표적 숙청파는 정청래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추석 연휴 내내 가결표를 던진 인원들과 함께 갈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퉁치고 합? 퉁합과 통합은 다르다”라며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 사람 쉽게 안 변한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만고의 진리다”라는 글을 남겼다.

전날에는 가결파 의원들을 겨냥 “칼로 찔러놓고, 수술결과 좋으니 오히려 더 건강해진 거 아니냐. 칼로 찌른 나에게 감사해라. 어느 몰염치인”이라고 비판했다. 가결표가 당의 ‘방탄 리스크’를 극복하는데 일익을 했다는 일부 비이재명계 의원들 주장을 일축한 격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뉴스1
당지도부는 가결파가 누군지도 일정 숫자 이상 파악을 완료했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은 세계일보와 만난 자리에서 “가결파 의원들이 다른 의원들과 주고받은 텔레그램이나 통화 내용, 지역위원회에서 한 발언 등이 제보 형태로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가결표를 던진 사람과 던져야 한다고 주동한 사람은 다르다. 주동자에 한해서는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호남지역 초선 의원은 “더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한 것인데, 어떻게 같이 갈 수 있겠나”라며 “봉합을 한다더라도 서로를 등질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본 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어렵게 통합의 기회를 만든 만큼 이 대표가 통합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결국 모두가 원하는 대로 됐지 않나. 더 이상의 분열보다는 우선은 통합의 메시지를 당 지도부가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왼쪽 다섯 번째)가 지난 5월 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제는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사건 △무소속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논란 △대(對) 중국 저자세 외교 논란 △김은경 혁신위 조기 좌초 등이 연이어 터지며 흔들렸다. 이 대표 최측근의 ‘도덕성 리스크’는 물론 인선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는 리더십 리스크마저 불거진 형국이었다. 박광온 원내지도부 출범은 ‘이재명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 혹은 ‘이재명을 보완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의원들의 불안감이 그대로 드러난 선거였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부결표를 던진 139명 모두가 이재명 체제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에서는 주요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에 친명계 인사들이 도전장을 낸 상황에서 굳이 이 대표가 숙청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3선 홍익표 의원이 당선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현재까지는 당내 ‘매파’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여당과 협상을 맡는 운영수석에 강경파 박주민 의원을 임명했다. 원내대변인으로는 강경파 초선 의원 모임 ‘처럼회’ 소속 윤영덕·최혜영 의원을 앉혔다. 현재까지 원내지도부 인선 중 계파색이 옅은 의원은 정책수석 유동수 의원뿐이다. 한 재선 의원은 “원내지도부는 갈등을 부추기기보다 의원들의 의견을 잘 조율해야 하는 위치”라면서도 “이 대표 영장 기각 이후 강성 당원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당원 목소리가 명분이라면 숙청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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