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선 자리, 29년 후 딸도 섰다… 배드민턴 첫 모녀 금메달

문지연 기자 2023. 10. 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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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단체전 금메달 멤버 김혜정
엄마는 90년대 ‘복식 전설’ 정소영
1994 히로시마 대회 당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정소영 전북체육회 이사와 딸 김혜정 선수. /대한배드민턴협회 홈페이지, 김혜정 인스타그램

대한민국 여자 배드민턴 선수들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쥔 순간, 배드민턴계의 또 하나의 역사가 기록됐다. 아시안게임을 석권한 첫 ‘모녀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한 덕분이다. 엄마가 우뚝 섰던 시상대 맨 위를 29년이 흘러 딸이 다시 올랐다.

뜻깊은 기록을 만들어 낸 주인공은 우리나라 배드민턴 국가대표 김혜정(25·삼성생명)이다. 김혜정은 1일 중국 항저우 빈쟝 체육관에서 열린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중국을 매치 스코어 3대 0으로 완파한 덕분에 경기에 뛰진 않았으나, 구슬땀 흘린 동료들과 시합 내내 함께 호흡하다 시상대 맨 위의 기쁨을 누렸다.

배드민턴 여자 대표팀이 1일 중국 항저우 빈장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체 메달 수여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9년 만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다. /뉴스1

그런 김혜정의 어머니는 1990년대 세계 배드민턴 여자 복식계를 주름잡았던 정소영 전북체육회 이사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정 이사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 게임 당시 방수현·길영아·라경민 등과 함께 인도네시아를 누르고 금메달을 합작했었다. 이날 김혜정이 목에 건 금메달은 히로시마에서 땄던 금메달을 29년 만에 탈환한 것으로, 엄마가 만들어 냈던 영광을 딸이 다시 한번 재연한 셈이다.

1994 히로시마 대회 당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정소영 전북체육회 이사와 딸 김혜정 선수. /뉴스1

김혜정의 아버지는 고교 배드민턴 팀을 이끄는 김범식 감독이다. 그야말로 배드민턴 가문에서 태어나 부모의 ‘운동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김혜정은 어린 시절부터 국제 대회에서 실력을 인정받았고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했다. 현재는 한국 여자 복식의 계보를 잇는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모녀가 아시안게임을 석권한 것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배드민턴사에도 전례가 없는 기록으로 전해진다. 정 이사는 “딸 혜정이를 비롯해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고 대견하고 고맙다”며 “29년 만의 우승도 중요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어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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