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골퍼로 첫 우승 따낸 박주영 “우승 영영 못할 줄 알았다..삶의 원동력 될 것”

이태권 2023. 10. 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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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태권 기자]

19살에 정규투어 생활을 시작한 소녀는 14년이 지나 엄마가 되서야 첫 승을 따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베테랑' 박주영(33)의 얘기다. 박주영은 10월 1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KLPGA투어 대보하우스디 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최종합계 7언더파 209타로 2위 김재희(24)를 4타차로 따돌리고 KLPGA투어 첫 승을 따냈다.

무려 279대회 출전만에 첫 승이다. 279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19살에 투어에 데뷔한 박주영은 어느덧 14년이 흘러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됐다. 그동안 준우승 5회를 기록하는 등 우승 기회가 있었으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은 아들이 태어나 출산을 하고 돌아오기까지 했다.

대회를 마치고 박주영은 "오랫동안 우승을 못해서 영영 못할 줄 알았다. 지금 우승자 인터뷰 자리에 있는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첫 승의 감격을 전했다.

대회 2라운드까지 중간합계 5언더파를 기록해 2타 앞선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박주영은 이날 노보기 플레이 속에 버디 2개를 솎아내며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정상에 올랐다.

박주영은 "원래 퍼트가 제일 약했는데 어떻게 하면 퍼트를 차분하게 할 수 있는지 조금 알 것 같아서 눈을 감고 퍼트하나는 느낌으로 나를 믿고 스트로크를 했는데 이런 마인드 덕분에 압박감을 이겨냈다. 퍼트도 잘 돼서 샷을 할 때도 나를 믿고 쳤다"고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긴장감을 극복했다고 설명했다. 정규투어 200경기 넘게 출전한 베테랑의 관록이었다.

이에 엄마가 되서야 첫 우승을 하게 된 박주영이다. 박주영은 지난 해 아들 하율이를 출산했다. 이윽고 출산 휴가에서 복귀해 이번 시즌을 치른 박주영은 복귀한 첫 해에 그리고 그리던 첫 우승을 따냈다.

박주영은 "올해 우승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하며 "아기를 낳고 휴식하는 동안의 공백과 몸에 변화가 오는 등의 어려움이 있었는데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승의 기쁜 자리에서 '엄마 골퍼'로서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박주영은 "투어 생활을 하는 동안 아기와 떨어져야 된다는 것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고 전하는 한편 "더군다나 이번주는 명절이라 아기 봐주시는 이모님도 없어서 대회 1라운드까지 집에서 왔다갔다 했다"고 밝히며 "연휴때는 잠깐이라도 아기를 맡겨놓을 수 있는 탁아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출산 전에는 나만 신경쓰면 됐지만 엄마다보니 집안일도 해야 하고 아기도 봐야해서 혼란스럽기도 했다"고 고백한 박주영은 "남편이 아이를 주로 봐주는데 힘들텐데 내가 예민하게 굴 때도 잘 받아주는 등 남편 역할을 잘해줘서 남편 덕분에 나도 내가 할 일을 해내고 있는 것 같다"며 남편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번 우승으로 박주영은 KLPGA투어 최초로 자매 우승을 일궈냈다. 그의 언니인 박희영은 KLPGA투어 통산 6승을 거둔 바 있다. 박주영은 "언니가 정신적인 버팀목이 되긴 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긴 해도 결국 본인이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승을 거둔 박주영은 "사실 우승을 하면 은퇴하려고 해서 그 이후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살아가면서 우승이라는 것이 과연 중요할까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고 아기만 키우고 골프를 그만두면 어떨까하는 고민도 했는데 막상 우승을 하니까 내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고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며 웃어보였다.

첫 우승을 했으니 다음 우승을 하고 싶은 목표가 생기는 것 같다고 밝힌 박주영은 "앞으로 투어 생활을 오래 해야해서 둘째가 생기는 것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전하는 한편 "두번째 우승을 위해서 무엇을 보완해야하는지 고민하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일 것 같다. 내 삶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 같다"며 다음 우승을 기대했다.

(사진=박주영 가족/KLPGA제공)

뉴스엔 이태권 ag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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