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한 삐약이' 신유빈 값진 동메달, '최강' 쑨잉샤도 인정했다... '세계1위' 여자복식서 金 노린다 [항저우 AG]
신유빈(19·대한항공)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세계 최강 쑨잉샤(중국)를 상대로 승리를 기대한다는 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기대인지. 그럼에도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나섰고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플레이로 최강자를 위협했다.
신유빈은 1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Gongshu Canal Sports Park Gymnas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쑨잉샤에 세트 스코어 0-4(7-11, 8-11, 12-14, 10-12)로 졌다.
처음 나선 아시안게임이지만 앞서 여자 단체전과 혼합 복식에 이어 동메달이 3개로 늘었다.
신유빈은 1974년 테헤란 대회 때 정현숙에 이어 49년 만에 결승행을 노려봤으나 세계 최강자의 벽을 넘지 못하고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신유빈에겐 남다른 의미를 지니는 아시안게임이다. 2년 전 처음으로 나섰던 도쿄 올림픽에서 신유빈은 파이팅 넘치는 기합 소리와 커다란 가능성을 펼쳐보이며 '삐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단식에서 노련한 상대를 꺾지 못하고 분패한 뒤에는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부상에서 회복한 신유빈은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행운도 따랐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못했으나 이번 대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되며 결국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지난 5월 더반 세계선수권대회에선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함께 여자 복식 은메달을 수확했고 여자 개인전에선 1993년 예테보리 대회에서 우승한 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에 이어 30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단식 세계랭킹은 8위, 복식에선 1위까지 올라섰다.
그럼에도 세계 1위를 상대한다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앞서 치른 4차례 맞대결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전날 단식에서 준결승에 오른 장우진도 2일 세계 최강 판젠동(중국)을 만난다. 그는 "어쨌든 전적 같은 것들이 다 나와 있지 않나. 유빈이는 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좀 마음을 놓고 하려고 한다"며 "오히려 그럴 때 중국 선수들에게 많이 이겼다. 너무 이기고 싶어서 긴장하고 경직됐던 상황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선배의 말을 새겨들은 것일까. 신유빈은 이날 이전 맞대결 때와는 또 달랐다. 1,2세트를 내줬지만 3세트 7-3까지 앞서가며 쑨잉샤를 위협했다. 듀스 끝에 아쉽게 3세트를 내줬고 4세트 3-7로 뒤져 있던 상황에서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10-10 듀스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한 세트도 따내진 못했지만 머지 않아 쑨잉샤에게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경기였다.
쑨잉샤도 신유빈의 발전한 기량을 인정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쑨잉샤는 "최근에 신유빈과 몇 차례 경기를 펼쳤다. 올해 이번에 4번째인 것 같다"며 "그는 강한 상대이고 공격적으로 플레이한다. 7세트까지 치를 준비도 돼 있었다"고 말했다.
신유빈과 전지희의 준결승에선 하리모토 미와-키하라 미유(일본) 조와 한일전을 치른다. 신유빈과 전지희는 현 세계 랭킹 1위, 상대는 33위다. 키하라 미유는 또 다른 파트너와 함께 7위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신유빈-전지희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결승에 오를 경우 북한-인도의 승자와 격돌한다. 북한은 베일에 가려져 있고 인도는 16위에 불과해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게 사실이다. 전날 신유빈은 금메달에 대한 욕심을 묻자 "어렸을 때부터 상상을 했다"며 "선수라면 그런 욕심이 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3종목에서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던 신유빈은 2일 금메달을 향한 힘찬 발걸음에 나선다.
한편 앞서 열린 남자 복식 준결승에선 세계 1위 장우진(미래에셋)-임종훈(한국거래소) 조가 대만의 좡즈위안-린윈루 조(12위)에 4-1(11-8, 14-12, 9-11, 11-7, 12-10)로 꺾었다.
한국 선수로는 21년 만에 아시안게임 남자 복식 결승 진출이다. 둘은 내전이 열렸던 2002년 부산 대회 결승 이후 한국 선수로 다시 한 번 결승에 오르며 여자 복식과 함께 동반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다음 상대는 준결승에서 이란의 노샤드 알라미얀-니마 알라미얀 조(23위)를 4-0(11-4, 11-3, 11-3, 11-6)으로 완파한 세계 2위 중국의 판젠둥-왕추친 조다. 이날 오후 7시 30분 결승전이 열린다.
세계 랭킹에선 한 단계 위에 있지만 중국 조는 남자 단식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강자다. 장우진과 임종훈은 각각 13위, 17위다. 상대 전적에서도 2전 전패로 밀리고 있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
항저우=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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