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실화냐?” 부모·자식 '막장드라마'…가족 싸움 유명 회사, 알고보니

2023. 10. 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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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바이오 홈페이지]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뻔한 표현이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 유망 중소 바이오기업이 있다. 80대의 창업주가 있고, 그의 아내가 있으며, 1남2녀의 자녀가 있다.

이들이 처절한 경영권 싸움을 벌였다. 딸이 아버지를 배신하고 어머니가 딸을 몰아낸다. 자매간, 부녀간, 모녀간 고소 고발이 난무했다. 누가 주인공인지도 헷갈리는 막장 드라마 격이다.

그 사이, 회사는 망할 위기다. 7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주식거래는 정지됐다. 상장폐지 여부에 2만여명의 주주들은 속이 타들어간다. 이 싸움의 승자가 있긴 한 걸까.

제일바이오 창업주이자 현 대표이사인 심광경 회장. 올해 84세다. 그 시절 서울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인재다. 한국회이자에서 일하기도 했다.

30대 때인 1977년에 서울 천호동 한 공장으로부터 제일바이오는 시작됐다.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이다. 국내 중소기업 생태계에선 5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다는 것 자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업력 만큼 유망 기업으로도 조명받았다. 동물용의약품을 전문 생산하는 기업으로, 정부로부터 수차례 유망중소기업이나 기술혁신기업 등으로 선정된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제일바이오 홈페이지]

발단은 경영승계였다. 1남2녀 중 원래 장남인 심승규씨가 유력한 후계자였다. 10년 넘게 재직하며 경영수업을 받았고,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2016년. 이번엔 장남 대신 차녀인 심의정씨가 선택됐다. 장남은 경영만 물러난 게 아니라, 보유 회사 지분까지 모두 정리했다. 보유지분 ‘0’. 그 사이 심의정씨의 지분은 3만여주에서 7만9000여주까지 늘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23년. 올해가 바로 싸움의 시작이었다. 지난 3월 심 회장은 회사 지분을 자녀 및 부인에게 증여한다. 두 딸과 아내에게 각각 145만여주, 장남에게 73만여주를 나눠줬다. 80대인 심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는 수순이었다. 25%에 육박했던 지분도 7%대까지 줄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장녀인 심윤정씨가 돌연 경영에 등장했다. 의과대를 나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병원을 운영하던 그가 사내이사로 등극한 것. 심 회장의 경영 승계 구도가 장남에서 차녀, 장녀로 계속 바뀐 셈이다.

가족의 내밀한 속사정까진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장남, 차녀를 거쳐 제일바이오 경영 승계의 최종 종착지는 장녀가 됐다는 점이다.

그렇게 등장한 장녀인데, 그의 선택은 아버지, 심 회장의 해임이었다. 지난 4월 이사회를 열고 심 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킨다. 그리고 그 대신 대표이사직을 차지한다. 심 회장은 자녀에게 지분까지 증여한 대가가 ‘해임 통보’인 셈이다.

심 회장도 반격에 나섰다. 우선 딸을 상대로 업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벌였다. 그리고 시장에서 지분을 계속 사모았다. 반격을 준비한 것. 심 회장은 이를 통해 지분을 7%대에서 10%대까지 끌어올린다.

심 회장의 아내인 김문자씨도 공세에 동참했다. 주총 소집허가, 의안상정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하며 딸을 공격했다.

위기에 몰리자 장녀는 이번엔 동생을 상대로 법적 다툼에 나섰다. 횡령·배임 혐의다. 그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회사 이익을 빼돌리는 범죄를 반복해왔다”며 전 임직원인 동생을 몰아붙였다. 주총을 열고자 하면 이를 막으려 하는, 복잡한 법적 공방이 계속 이어졌다.

끝내 김문자씨는 딸을 해임하는 임시주총을 성사시켰고, 결국 지난 8월 이를 통해 장녀를 몰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심 회장이 다시 대표이사에 오르고, 차녀는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게 불과 올해 3월부터 5개월 사이에 펼쳐진 일이다. 딸이 아버지를 배신하고, 딸은 동생을 고소하고, 어머니는 딸을 몰아냈다.

[네이버 증권]

이들 가족싸움이 벌어지는 사이, 이 유망 바이오기업은 그야말로 존폐 위기다. 소송·고소가 이어지며 주식거래는 정지됐다.

제일바이오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현재 상폐 여부를 검토 중이다. 사측은 지난 22일 회사 개선계획서를 제출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10월 27일 내에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제일바이오는 최근 7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한때 6000원대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 3월 1000원대까지 폭락, 현재 2080원에서 거래 정지된 상태다.

심 회장은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골육상쟁에 더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란 불미스러운 사태를 마주하게 됐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주주와 고객, 회사 구성원에게 매우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가족이라 믿기 힘든 처절한 분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가족 지분을 모두 합쳐도 30.5%에 불과하다. 2만여명의 소액주주들이 회사 지분의 63%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이 막장 드라마 같은 싸움의 피해는 2만여명 주주에게 돌아가고 있다.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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