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도쿄에선 울보, 항저우선 에이스…한 뼘 자란 신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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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 종합대회였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신유빈(19·대한항공)은 '엉엉' 울었다.
당시 세계 85위였던 신유빈은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70계단이나 높은 두호이켐(홍콩)에게 먼저 두 게임을 내준 뒤 다시 2-2로 균형을 맞추는 등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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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년 전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 종합대회였던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신유빈(19·대한항공)은 '엉엉' 울었다.
당시 세계 85위였던 신유빈은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70계단이나 높은 두호이켐(홍콩)에게 먼저 두 게임을 내준 뒤 다시 2-2로 균형을 맞추는 등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노련미에서 두호이켐을 당해내지 못했고, 결국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신유빈은 인터뷰 중 분을 못 이기고 울어버렸다.
이후 2년 동안 신유빈은 많은 일을 겪었다.
손목 부상 때문에 두 차례나 수술받아야 했고, 이 때문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발전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했다.
다행히 아시안게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1년 미뤄졌고, 새로 치러진 선발전에서는 당당하게 태극마크를 따냈다.
지난 5월 열린 더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함께 여자 복식 은메달을 수확했다.
세계선수권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가 결승에 오른 것은 1993년 예테보리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낸 현정화 현 한국마사회 감독 이후 30년 만의 일이었다.
여러 고비를 이겨내고 성장한 신유빈은 이제 한국 여자 탁구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이제 실력뿐 아니라 '마음'도 한 뼘 성장했다.
신유빈은 1일 중국 항저우의 궁수 캐널 스포츠파크 체육관에서 치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에서 '최강' 쑨잉사(중국)에게 0-4로 완패,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졌지만, 이번에는 울지 않았다.
신유빈은 덤덤한 표정으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지나갔다.
한국 취재진 앞에 서자 "팔 아프지 않아요?"라며 기자들이 녹음하려고 내민 휴대전화를 직접 모아서 들어주려고 했다.
휴대전화 10여개를 손에 든 신유빈은 기자들이 계속 만류하자 돌려줬다.
전날 믹스트존에서 몇몇 기자들이 살인적인 취재 일정 때문에 힘들다고 토로하자 안쓰러워하던 신유빈이다.
신유빈은 "잘 풀어나간 것 같다. 그래도 이길 수 있었던 게임들은 있었던 것 같아서 더 아쉬움이 남는다"고 경기 소감을 말했다.
이날 3게임에서 신유빈은 10-5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쑨잉사는 타임아웃 뒤 5점을 따라붙었다.
결국 쑨잉사의 14-12 승리로 3게임은 끝났다.
신유빈은 "따라잡힌다는 생각보다는 내 작전에 집중했다"면서도 "그런데도 잘 안 풀리니까…"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신유빈은 쑨잉사와 역대 전적에서 5전 전패를 기록했다. 이 다섯 경기에서 신유빈은 단 한 게임도 따내지 못했다.
실력의 격차는 매우 컸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만 3개를 획득했다.
2일 전지희(미래에셋증권)와 짝을 지어 도전하는 여자 복식에서 결승 진출을 위한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이번 대회 여자 복식에서는 57년 만에 중국 조 없는 4강 대진이 만들어졌다.
신유빈-전지희 조는 하리모토 미와-기하라 미유 조와 준결승에서 맞붙는다. 대진표 반대편에서는 북한의 차수영-박수경 조가 인도의 수티르타 무케르니-아이히카 무케르지 조를 상대한다.
한일전에서 승리한다면, 내친김에 금메달까지 노려볼 수 있는 '행운의 대진'이다.
신유빈은 "난 원래 이 대회에 오지 못할 운명이었는데, 이렇게 동메달을 따내니까 신기하고 좋다"면서도 "이제는 지희 언니와 메달 색깔을 바꿔보겠다"고 다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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