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독점 재판 스타트 … 구글·아마존 '고난의 겨울' 온다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2023. 10. 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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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소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소송의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와 미국 정부의 반독점 소송에서 제기됐던 것처럼 구글과 아마존을 분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미국 법무부가 구글을 겨냥해 제기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이 시작됐다. 현재 미국 검색 엔진 시장의 약 90%를 장악한 구글이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는지를 다툰다.

미 법무부는 2020년 10월 구글이 검색 엔진의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들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내용으로 소송을 처음 제기했다. 양측에서 법원에 서류를 제출하고 소송을 병합하는 과정을 거쳐 마침내 본격적인 공판이 시작된 것이다. 첫 재판에서 법무부는 "구글이 기본 검색 엔진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100억달러(약 13조3000억원)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원 판결로 미 정부가 승소할 경우 구글이 사업 일부를 매각하거나 문제가 된 사업 관행을 중단해야 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는 회사를 분할시킬 수도 있다.

관건은 구글이 경쟁을 저하시키는지다. 구글은 검색 시장이 경쟁 상태이며 고객들이 구글 검색을 사용하는 것은 뛰어난 성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무부는 구글이 막대한 비용과 영향력을 통해 독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법무부는 구글이 경쟁사를 저지하기 위해 기본 검색 엔진 설정 계약 사용을 "무기화했다"며 애플을 그 예로 들었다. 구글은 2005년부터 애플과 수익을 공유해왔고, 애플이 구글과 야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검토하자 이메일을 통해 이를 저지시켰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0년까지 구글이 애플 사파리에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하기 위해 애플에 지불한 금액은 40억~70억달러(약 5조3200억~9조3100억원)로 추정된다. 또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기본 검색 엔진이 되기 위해 구글이 통신사들에 10억달러(약 1조3300억원) 이상을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검색뿐 아니라 광고에서도 반독점 소송에 걸려 있다. 2023년 1월 법무부는 구글이 온라인 광고 사업에서 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 경쟁 업체를 압박하고 광고 시장의 공급과 수요를 모두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의 광고 사업을 분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상거래 시장의 거인인 아마존도 반독점 소송이 시작됐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6일(현지시간) 아마존에 대해 독점을 통해 경쟁을 저하시키고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FTC는 아마존이 각종 불법행위를 통해 경쟁사가 공정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고,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서 셀러(아마존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사업자)들이 아마존의 물류사업인 '풀필먼트 바이 아마존'을 사용하도록 강제했다고 주장했다. 또 아마존 셀러들이 마켓플레이스 내에서 광고를 하도록 만들어 셀러가 아마존에서 버는 2달러 중 1달러가 다시 아마존에 흘러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FTC는 아마존이 구독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해지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올해 6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켄트 워커 알파벳 최고법률책임자(CLO)가 지난달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 출석길에 나서자 독점 사업가 분장을 한 시위자가 뒤따라 걸으며 항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아마존에 대한 반독점 소송에서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칸 위원장은 예일대 법대 시절 아마존의 독점을 지적하는 논문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를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2021년 3월 FTC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무엇보다 내년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이 있기 때문에 적어도 올해엔 빅테크에 대한 의미 있는 반독점 소송이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빅테크 기업들이 이처럼 분할 위기에 몰리는 것은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 이후 처음이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OS에 익스플로러를 끼워팔면서 독점을 유지한다는 내용으로 소송을 당했다. 빌 게이츠 최고경영자(CEO)가 물러나고, 끼워팔기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분할 위기를 벗어났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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