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스는 영원하다"···수입차 시장 10년 지배한 브랜드는 [biz-플러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맞수' 벤츠·BMW 양강 굳건
3위부터 춘추전국 시대 도래
폭스바겐·토요타 등 부진 속
볼보·포르쉐 등 신흥강자 부상
모델수 11% 늘고, SUV 선호
디젤 가고, 친환경 연료 뜬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있다. 세월의 흐름 앞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십 년은 긴 시간이다. 이 속담을 지난해말 기준 국내 자동차 시장의 2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한 수입차 시장에 적용하면 어떨까.
1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의뢰해 2013년과 2023년 KAIDA 기준 추석 직전월 누적(1~8월) 등록대수를 항복별로 비교 분석해봤더니 흥미로운 결과들이 집계됐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맞수인 벤츠와 BMW의 대결 양상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았지만 이를 제외하면 수입차 시장에서 꽤 많은 변화들이 일어났다. 지난 10년 간 국내 수입차 시장의 변천사를 주요 포인트별로 짚어봤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명문 클럽 리버풀의 감독을 지낸 빌 샹클리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Form is temporary, Class is permanent)”는 명언을 남겼다. 슈퍼스타는 나이가 들거나 부상 등의 이유로 경기력이 잠시 떨어질 수 있지만 본연의 재능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지난 시즌 부진했던 토트넘 핫스퍼의 손흥민이 올 시즌 팀의 주장으로서 토트넘의 돌풍을 이끌며 화려하게 부활에 성공하면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기도 하다.
10년 전과 현재의 수입차 브랜드별 판매량을 보면 독일의 BMW와 벤츠에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표현을 써도 될 듯하다. 두 브랜드는 주행 차량 화재 등 크고 작은 악재에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오랜 기간 양강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KAIDA에 따르면 올 8월 누적 기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수입차를 판 브랜드는 BMW(5만341대)와 벤츠(4만7405대)다. 두 브랜드는 10년 전 같은 기간에도 각각 2만3172대와 1만6154대를 판매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국내 수입차 판매량 순위만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순위표를 아래로 내려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2013년에 판매량 3위부터 10위를 차지한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10년이 지나도 순위를 그대로 유지한 브랜드는 7위 미니 단 한 곳 밖에 없다. 10년 전 1만6054대를 팔아 2위 벤츠를 바짝 쫒았던 폭스바겐은 올해는 5852대 판매에 그치며 8위로 추락했다. 같은 그룹사인 아우디가 2013년 4위에서 3위로 올라섰지만 속안을 들여다보면 착잡하다. 판매량은 1만3032대에서 1만2691대로 2.6% 줄었기 때문이다.
일본 도요타도 2013년 5위(5617대)에서 올해 9위(5333대)로 떨어졌다. 반면 그 자리를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가 차지했다. 렉서스는 10년 전 9위(3525대)에서 올해 5위(9129대)까지 올라섰다.
벤츠와 BMW를 제외한 판매량 순위에서 가장 주목되는 수입차 브랜드는 볼보와 포르쉐다. 10년 전 10위권 밖이었던 스웨덴 브랜드 볼보는 올 들어 8월 누적 기준 1만952대를 팔아 4위를 기록했다. 최근 상승 추세를 고려하면 연간 기준으로 아우디를 제치고 독일 3사가 장악해왔던 수입차 ‘톱3’에 오를 시점이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당 가격이 모두 최소 1억원을 넘는 고가 브랜드인 포르쉐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10년 전 판매량이 1357대로 14위에 머물렀던 포르쉐는 올해의 경우 8290대로 볼보, 렉서스(9192대)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지난 10년 간 수입차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일단 시장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판매량 톱5의 합산 판매대수만 비교해봐도 2013년 7만4029대에서 올해 13만518대로 두 배까이 늘었다. 프리미엄 차를 선호하는 국내 고객들 가운데 수입차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면서 수입차 시장이 커졌고, 다시 수입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신규 모델들을 늘리면서 시장 성장의 선순환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수입차 업계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더 많은 브랜드와 차량을 제시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모델별 등록대수를 보면 2013년 417개에 불과했던 수입차 판매 모델 수는 2023년 465개로 11.5% 증가했다.
차종별로 보면 10년 새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10년 전 수입차 등록대수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차종은 세단으로 77%였지만, 올해는 그 비중이 52%까지 내려왔다. 반면 2013년 22% 비중에 불과했던 SUV는 10년이 지난 현재 45%로 세단을 바짝 뒤쫓고 있다. 현 추세라면 수입차 시장에서 SUV가 세단을 제치고 대세 차종이 될 시대가 머지 않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컨버터블은 2%, 픽업 1%, 밴 1% 등의 순이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10년 변천사를 분석한 결과 중 가장 주목할 점은 연료별 차량 소비 패턴 변화다.
2013년 수입차 시장에서 62%의 점유율을 보였던 디젤차량은 2023년엔 9%로 급락했다. 디젤 수입차의 점유율은 2015년 69%까지 치솟았지만 2016년 59%로 하락 반전한 후 2017년 47%, 2018년 41%, 2019년 30%, 2020년 28%, 2021년 14%, 2022년 12% 등 해마다 수직강하했다. 2015년 9월 독일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게이트 사건이 터진데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의 비중을 늘린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10년 전 4%에 불과했던 하이브리드의 비중은 올 8월 누적 기준 32%까지 치솟았고, 2013년 통계에 잡히지도 않았던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각각 9%, 4%까지 비중을 늘렸다. 올해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친환경 연료(하이브리드·순수전기·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사용하는 차량 비중은 45%로 가솔린(46%)과 거의 비슷해졌다.
수입차의 핵심 구매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30~40대가인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 수입차 등록대수를 살펴보면 2013년엔 30~39세가 38%로 1위, 40~49세가 28%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50~59세(17%), 4위는 20~29세(8%)였다. 2023년엔 1위가 40~49세(34%), 2위가 30~39세(25%)였다. 3위는 50~59세(23%), 4위 60~69세(1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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