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추석 이후도 박스권”... 7곳 중 5곳이 찍은 주목 업종은

김은정 기자 2023. 10. 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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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는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관련주가 주도주 역할을 하면서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3분기 들어서는 박스권에 갇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지속 우려와 중국 경기 침체 우려 등 대외적인 불안요인에다 초전도체, 맥신(MXene) 등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며 쏠림현상이 심화하는 등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는 연준의 ‘매파적 동결’에 코스피가 2500선도 내주고 말았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각) 연준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동결했지만,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데다 생각보다 오랜 기간 연 5%대 고금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란 연준의 최신 전망까지 더해졌다.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 일대/뉴스1

3분기 증시를 흔든 불안 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이제 투자자의 시선은 4분기(10~12월)로 향한다. 본지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 7곳(미래, 한국, KB, NH, 삼성, 신한, 메리츠)의 4분기 전망을 들어봤다.

◇4분기 코스피도 박스권 맴돌 듯

7곳의 증권사 중 코스피 예상 밴드(범위)를 밝히지 않은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한 증권사 6곳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4분기 코스피는 2400~2800선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박스권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코스피 예상 범위를 2350~2800으로 제시한 KB증권은 “9월 FOMC 이후 국내 증시의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늦가을에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경기와 실적, 주가 반등은 매우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400~2700을 예상한 삼성증권은 “시장 금리·국제 유가 상승,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중지) 우려 등은 코스피 2500선을 위협할 소지가 있지만, 2500선 이하는 내년 실적 개선 전망이 깡그리 무시되거나 신흥국의 경제가 파국을 맞을 것이란 가능성을 반영한 비이성적 구간에 해당한다”면서 “중국 실물 경기 지표가 개선되면서 비이성적 공포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시장의 반등 탄력은 강화될 개연성이 크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상반기 한국의 수출 및 경기는 크게 악화하는 상황은 아닐 것이지만, 경기와 기업 이익이 좋아지는 방향은 아니기에 이에 대한 우려가 먼저 반영되면서 4분기 증시는 불안정한 등락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자료 = 각 사

증권사들이 박스권 장세를 예상하는 이유는 4분기부터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겠지만,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변수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선 증권사들은 4분기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우려를 꼽았다. 셧다운을 막으려면 2024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전에 예산안이 처리돼야 하는데, 예산안을 두고 공화·민주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셧다운이 국내총생산(GDP)에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다. 미 의회조사국(CRS) 분석에 따르면 2018년 12월 22일부터 2019년 1월 25일까지 발생한 셧다운 탓에 2019년 1분기 GDP가 0.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점도 우려 요인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설명이다.

국제 유가 상승도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연말까지 감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소식에 국제 유가는 90달러를 웃돌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유가 상승은 지정학적 갈등과 산유국의 이해관계가 모두 반영된 산출물”이라면서 “유가가 상승하면 시장이 바라는 통화 긴축 종료가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라는 게 증권사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증권사 7곳 중 5곳 반도체에 주목…헬스케어·조선도 전망 밝아

이런 상황 속에서도 주목해야 할 업종은 있다. 주요 증권사 7곳 중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 5곳은 공통적으로 반도체 업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2분기부터 감산(減産)에 들어가면서 공급 과잉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인데, 그 결실이 4분기에는 나타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리란 전망을 바탕으로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3곳은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삼성증권은 하락폭이 과도했다는 이유로 SK하이닉스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자료 = 각 사

증권사들은 헬스케어와 조선도 4분기 눈여겨볼 업종으로 꼽았다. 메리츠증권은 “비만 치료제 시장이 재편되는 등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의 변화가 많은 시기”라면서 “국내 헬스케어 업종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헬스케어 업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조선 업종은 국제 유가 상승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업종으로 꼽혔다.

이외에도 NH투자증권은 중국 단체 관광객의 복귀를 이유로 면세점 업종을,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은 증시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는 고배당주인 금융업종을 추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금리 상승으로 가치주가 부각된다며 철강, 기계, 음식료, 자동차 등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고, KB증권은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방고등연구사업단(DARPA)의 내년 예산이 대폭 늘어나고, 국내에선 우주항공청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우주항공 업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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