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대비 ‘철벽’ 세운 마을···미래 주거 조건은 ‘기후회복력’

지난해 9월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이안으로 161명이 숨지고 1130억달러(약 152조원)의 피해가 발생했지만, 유일하게 피해를 입지 않은 마을이 있다. 바로 플로리다주 남쪽에 있는 밥콕랜치다.
밥콕랜치가 폭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마을은 허리케인에 대비해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환경을 정비해왔다. 면적 73㎢로 울릉도 크기와 비슷한 밥콕랜치는 전통적인 농촌 마을이었지만, 2015년 11월 미국 최초 태양광 발전 마을 수립을 선포하고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우선 3.5㎢ 규모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시설을 조성했다. 마을은 물론 주변 지역에도 전력을 공급해 친환경 전력 공급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마을 시설 또한 친환경과 편의를 모두 고려했다. 주거지역을 둘러싸고 잔디밭, 숲길, 자전거길, 골프코스 등을 조성했다. 지역 수영장과 같은 다목적 회관 운영은 물론 골프 카트와 같은 모든 시설이 태양광 발전 전력을 통해 운영된다.

마을은 마치 엽서 속 그림과 같은 풍광을 자랑하지만 진짜 자랑은 마을 깊숙이 자리한다. 바로 극심한 이상기후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마을 인프라다. 플로리다는 평평한 지형 때문에 기상기후로 인한 홍수 발생 가능성이 미국 다른 주보다 높지만, 피해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18%에 불과하다.
밥콕랜치 개발 계획을 세운 시드 킷슨은 이 점을 가장 신경 썼다. 그는 가장 먼저 마을의 지형을 분석했다. 비가 많이 내릴 경우 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침수 지역은 어디인지 파악에 나섰다. 그는 1940년대 지도까지 동원했다. 킷슨은 “수십년 동안 농지 개발과 도로 확장 등으로 자연적인 지형을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면서 대자연의 흐름을 파악해 이상기후 발생 시나리오를 검토했다고 BBC에 말했다.
개발팀은 밥콕랜치 시설의 배치부터 새롭게 했다. 우선 주거지는 해안가에서 차로 45분 가량 떨어진 곳에 조성했다. 해안가의 작은 섬들이 폭풍의 자연적 완충 역할을 해주는 점을 고려했다. 마을은 해발 9.1m 높이에 지어졌다. 강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더라도 마을이 침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또 빗물을 흡수하고 홍수를 막아주는 지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최대한 활용했다. 강우를 흡수하는 자연 습지를 최대한 살렸고, 호수는 원래 크기보다 2배의 용적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도로는 초과 강우를 흡수하도록 만들어졌다. 마을회관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대피소로 활용된다.
지난해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태풍 이안은 밥콕랜치의 성공 여부를 알 수 있는 첫 시험대였다. 이안은 1935년 이후 플로리다주를 강타한 가장 치명적인 허리케인으로 꼽혔지만, 밥콕랜치에서는 가로수 몇 그루와 표지판 몇 개 피해만 입었을 뿐이었다. 전력·인터넷·수도 시설 피해도 전혀 없었다. 킷슨은 “우리가 허리케인에 대비한 설계를 하지 않았더라면 수백만달러의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밥콕랜치를 회복력 있게 만들기 위한 초기 비용을 불과 몇 년 만에 돌려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대학 토지개발효용센터의 연구원인 제니슨 킵은 “토지 개발자들이 이상기후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회복력을 갖춘 개발에 눈을 떴다는 일은 신선한 일”이라며 “밥콕랜치가 허리케인에서 살아남은 것을 보고 행복했다”고 BBC에 말했다. 미국에서는 기후 변화로 연간 2조달러(약 2700조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밥콕랜치는 미국 내 다른 개발 지역의 청사진이 되고 있다. 유타주는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마을 개발에 착수했고,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한 마을은 산불에 견딜 수 있도록 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의 해안가 마을은 해수면 상승을 피하기 위해 내륙으로 이동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국힘 송언석 “필리버스터 중단…TK통합법 법사위 개최하라”
- 점점 ‘선 넘는’ 트럼프의 군사력 동원…언제까지 ‘치고 빠질’ 수 있을까
- ‘왕과 사는 남자’ 1000만 관객 눈앞···장항준 감독 “상상한 적 없는 숫자”
- [속보]정청래, 국민의힘에 “대구·경북 통합 찬반 당론 먼저 정하라”
- [단독]“동성애 가르치지 마라” 성교육 강사, 성희롱·수업방해 노출 심각
- 트럼프 “하메네이 사망”···‘정권교체 승부수’에 중동 정세 격랑 속으로
- “국힘 매향 5적”···단식에 삭발까지 ‘대전·충남통합’ 공세 높이는 민주당
- 정청래 “그 어렵다던 사법개혁 3법 완료”…사법부 반발에 “조희대 사퇴하라” 여진
- ‘가장 중요한 에너지수송경로’ 호르무즈해협 봉쇄 영향은, “유가 2배 오를 가능성”
- ‘반미 철권통치’ 37년, 하루 아침에 폭사···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