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처가 개발부담금, 17억원→0원 되는 마술
윤석열 대통령의 처가와 관련된 ‘양평 공흥지구를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1년9개월의 검경 수사에도 여전히 석연찮은 대목이 많습니다. 공무원의 자발적 특혜 제공으로 사업 취소나 중단을 모면하고 조잡한 허위 자료로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는데 사업자와 공무원 간 연관성을 전혀 밝혀내지 못했으니까요. 검찰 수사 과정에서 공무원 비리와 기업 비리로 분리해 재판에 넘기면서 공소장에서 이들의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심지어 최초 부과된 개발부담금 17억원이 ‘0’이 되는 산출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양평군 공무원, 황당 자백 “입주 지연 민원 우려” 탓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경기남부경찰청에서 2023년 5월12일 이 사건을 송치받은 뒤 공무원 관련 비리와 윤 대통령의 처가 관련 회사인 공흥지구 시행사 이에스아이앤디(ESI&D) 관련 비리를 분리해 각각 기소했습니다. 당시 개발사업 총괄이던 경기도 양평군 도시과장 안아무개씨 등 양평 공무원 3명은 2016년 6월 양평 공흥지구(2만2411㎡·350가구) 개발사업 준공기한을 ‘2014년 11월22일’에서 ‘2016년 7월31일’로 임의 변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이들의 공소장을 보면, 안씨 등은 2016년 6월8일 시행사가 사업기간(2016년 7월31일)을 변경하는 내용의 공흥지구 도시개발 계획 변경안을 제출받은 뒤 이 사업 시행기간이 만료됐다는 사실을 알아챘다고 합니다. 준공기한 변경은 도시개발법에 따라 사업을 취소하거나 중지할 수 있는 ‘중대한’ 변경 사항에 해당함에도 이들은 면적 일부를 변경해 ‘경미한’ 것처럼 보고서를 허위 작성했습니다. 범행을 공모한 6월8일부터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최종 결재까지 21일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이들이 ‘개발계획 수립 및 실시계획인가 등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거칠 경우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예상되고, 사업기간 만료에도 진행된 위법성 문제 등을 인식해 서류를 조작했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습니다. 애초 시행사와의 유착 등 의혹을 받았으나 민원 우려와 행정 업무의 과실을 감추려고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범행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경찰이 2021년 말 양평군에 이들에 대한 수사 개시를 통보하고 검찰 기소까지 이뤄졌지만, 연루자 3명 모두 1계급씩 승진해 요직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전진선 군수가 2022년 7월 취임하고 6일 만에 원포인트 인사로 4급 서기관으로 승진한 안씨는 공교롭게도 논란의 중심에 있는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에도 연관돼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처가 식구 땅이 밀집된 곳으로 종점 노선이 변경됐는데, 안씨가 이 사업과 관련해 양평군의 총괄 책임자입니다.
산출근거·비용산정도 없는 개발부담금 공소장
공흥지구 사업으로 798억원의 분양 실적을 기록했는데도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부과하지 않은 의혹도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개발부담금은 개발이익환수법에 따라 토지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가 차액을 환수하는 제도입니다. 사업 종료 시점 땅값에서 개발비용과 기부체납금, 정상 지가 상승분 등을 제외한 개발이익의 25%까지 부과할 수 있습니다. 양평군은 2016년 7월 공흥지구 준공 뒤 시행사에 개발부담금으로 17억4868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이후 시행사 쪽에서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이의신청하자 2017년 1월 6억2542만원으로, 다시 같은 해 6월 ‘0’원으로 통보했습니다.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재검토한 양평군은 2021년 11월 1억8천만원을 다시 부과했습니다. 당시 양평군은 ‘기부체납금을 중복으로 공제한 직원의 과실이 있었다’고 해명했죠.
그러나 검찰 공소장에는 개발부담금 부과에 대한 이런 기본적 사실관계나 산정 근거조차 없었습니다. 공소장을 보면, 김건희 여사의 오빠 김아무개씨 등이 개발부담금을 적게 내려고 ‘토사 운반’ 비용을 부풀려 제출한 내용만 있습니다. 김씨 등이 위조한 문서는 개발비용 산정에 쓰이는 ‘토사 운반 거리 확인서’와 ‘토사 반출입 확인서’ 등 2건입니다. 토사 운반 거리가 멀고, 토사량이 많을수록 개발비용이 증가하는 점을 노리고 사업지에서 18.5㎞ 떨어진 경기도 광주의 사토장까지 15만㎥의 흙과 암석을 운반한 것으로 허위 서류를 꾸며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토사 운반업체와 광주의 사토장 업체 회사명 직인 이미지를 ‘그림판’ 프로그램에서 잘라내고 붙여 허위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전문가가 정교하게 만든 증빙서류도 아니었던 셈입니다.
김씨의 지시를 받은 직원들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2016년 8월11일 양평군에 제출합니다. 검찰은 위조된 서류로 과다한 토사 운반 비용을 개발비용에 포함해 양평군의 정당한 개발비용 산정 업무를 방해했다며 김씨 등에게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실제 토사 운반 비용과 부풀린 허위 비용조차도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는 개발부담금을 산정 부과한 양평군 공무원도 수사 의뢰했지만, 해당 공무원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관-민간업자 연루 가능성 배제했나… 여전히 의문
결국 검찰은 의혹의 핵심이던 양평군 공무원 등과 개발 사업자 간 연루 정황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사업기간 연장의 과실을 덮으려는 공무원의 단독 범행으로, 개발부담금은 개발사업자가 공공기관을 속인 단독 범행으로 종결한 것입니다. 두 사건을 별도로 분리하고, 공소장에서 공무원의 개입 가능성을 배제해 법정에서 다툴 여지도 남겨놓지 않았습니다. 기소된 이들 모두 첫 공판을 앞두고 있지만, 드러난 공소사실만으로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밝혔는지 의문이 남습니다.
한편, 양평 공흥지구 의혹은 지난 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2021년 11월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경찰이 정식 수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윤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와 김 여사는 불송치 결정했습니다. 최씨가 회사 대표이사로 재직하다가 아파트 착공 전인 2014년 11월 사임한 뒤 아들이 대표로 취임하면서 관여한 정황이 없다는 것입니다. 김 여사 역시 과거 이 회사 사내이사로 재직한 적이 있으나, 사업 추진 전 사임하고 가진 지분도 없어 공흥지구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양평=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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