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터만 잘 팔리네…" 빠르게 둔화하는 국내 전기차 시장
국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부진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특히 성장세가 크게 축소됐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가격 부담이 커졌다며, 수요를 끌어올릴 저가형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현대자동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6만6727대) 12.3% 증가한 7만4956대를 기록했다. 주로 전년도에는 없던 신차들이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아이오닉6(7618대)를 비롯해, 코나EV(1248대), 니로EV(5707대) 등이다.
그러나 아이오닉6의 경우 지난해 출시 4개월 만에 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8개월이 넘도록 1만대 벽을 넘지 못하는 등 부진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아이오닉6의 경우 출시 초반 신차효과가 매서웠으나 3인자로 자리매김했다"며 "연식변경 모델 출시에도 판매 감소를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가격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신차 등 전기차 모델이 늘면서 전체 판매량은 늘었지만, 기존 주력 모델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이른바 '잘 나가는' 모델이 사라졌다. 특히 아이오닉5·EV6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아이오닉5는 1만9664대에서 1만1960대로 40% 가까이 줄었으며, EV6는 21% 감소한 1만3026대를 나타냈다. EV6의 경우 지난해 전년(2021년) 대비 세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올해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아이오닉5 역시 전년도 20%의 성장률이 무색하게 판매량이 감소했다.
신차를 제외한 기존 전기차 중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인 차량은 포터와 봉고 등 저가용 상용차 뿐이다. 특히 포터는 전년 동기보다 45% 늘어난 2만82대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가 됐다.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 국내 전기차 보조금 감소 및 충전요금 인상 등으로 고가인 전기차 판매가 둔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대를 모은 기아의 플래그십 EV9의 경우 출시 후 3개월간 판매량이 2898대에 그쳤다. 동급인 테슬라X(1022대)보다는 많지만, 아이오닉5·아이오닉6·EV6 등 기존 주력 모델보다 신차 효과가 크지 않았다. 반면 상용차는 보조금이 일반 승용차의 두 배 수준인 1000만원대에 육박해 '가성비 운송 수단'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로 판매량은 늘었지만 성장세는 둔화했다. 올해 누적 수입 전기차 판매량은 총 1만508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9744대)보다 54.8% 늘었다. 그러나 성장폭은 175.4%에서 54.8%로 3분의 1 수준으로 꺾였다. 수입차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 모델 수는 늘었지만 국산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모델별 판매량은 많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최근 수입차 월별 베스트셀링 전기차 톱10을 보면 100대도 못 채우는 모델이 많다. 이에 폴스타는 최근 최대 1200만원의 할인에 나섰으며,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각 수입차 업체도 앞다퉈 가격을 낮추고 있다.
전기차 시장 부진은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유독 한국의 성장이 주춤한 모양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53.2%, 중국은 42.7% 성장했다. 가장 부진했다는 유럽은 26.4%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경우 13.7% 증가하는데 그쳤다.
완성차업계에서는 국내 전기차 시장 둔화 요인으로 가격을 꼽는다. 값비싼 고급 모델 위주로 출시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워졌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연구원장은 "고급차 중심으로 전기차 신차가 출시되고 보조금 축소 등으로 일반 소비자가 사기에는 부담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내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타국에 비해 좋지 않은 영향도 있다"며 "내년에 EV5 등 저가형 전기차가 나오면 소비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너무 고가"라고 덧붙였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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