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받은 ‘강아지 공장’은 괜찮은 걸까?… 끊이지 않는 동물학대

김세훈 기자 2023. 10. 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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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17일 경기 연천군에서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강아지 번식장 내부에 모견들이 뜬장 안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지난달 1일 경기 화성시의 한 강아지농장(번식장)에서 1400마리 강아지가 구조됐다. 구조 당시 강아지들은 층층이 쌓인 좁은 철장 케이지에 갇혀 있었다. 일부 강아지는 저혈당·기도폐색 등으로 생명이 위급한 상태였다.

사육장 내에서는 안락사용 약물 등 각종 의약품이 발견됐다. 냉동고에서는 제왕절개된 어미견을 포함해 90여구의 강아지 사체가 나왔다. 동물보호단체들은 해당 업장 운영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1일 적발된 경기 화성의 한 강아지 공장에서 강아지들이 층층이 쌓인 철장 케이지에 갇혀있는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 갈무리

‘강아지 공장’은 분양할 강아지를 집단으로 번식·양육하는 곳을 말한다. 정식 명칭은 ‘동물생산업’이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은 대량 사육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이뤄진다며 강아지 공장이란 명칭을 쓰고 있다.

지난 2016년 전남에서 어미 개를 강제로 교배시키고, 마약류를 사용해 제왕절개수술을 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한 번식장 업주가 경찰에 붙잡혔다. 암컷은 1년에 3번씩 새끼를 낳아야 했고, 임신 능력이 없으면 생매장을 당했다. 번식장 업주는 동물용 마취제를 불법 유통해 수술에 이용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입건됐다.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동물 학대 논란이 잇따르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8년 등록제로 운영되던 동물생산업을 허가제로 바꿨다. 현재 국내의 허가번식장은 2200여곳에 달한다. 약 23만마리의 강아지가 수용돼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단체들이 지난 8월3일 오후 대전 유성구의 한 반려동물 경매장 앞에서 경매장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들의 모습이 피켓에 인쇄돼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합법 번식장에서도 동물 학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성시 강아지 농장 역시 합법 기관으로 신고된 곳이었지만 불법 증축으로 신고한 강아지 수(400마리)보다 1000여마리 더 많은 강아지를 키우고 있었다.

국제동물권리단체 페타는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10개월 동안 국내 합법 번식장 4곳을 방문해 촬영한 영상을 지난 5월3일 공개했다. 영상에는 가로·세로 수십cm 남짓한 케이지 안에서 빙글빙글 돌거나 철창에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는 강아지들의 모습이 담겼다. 페타는 “우리가 방문한 곳은 모두 모범적인 사육장으로 평가받는 곳들이었지만 실제로는 지독한 악취, 지속적인 소음 등 열악한 환경에서 동물들을 번식시키고 있었다”고 했다.

동물단체들은 동물 학대 근절을 위해 펫숍·번식장을 철폐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강아지들은) 펫숍 진열 판매를 위해 번식장에서 강제 출산이 이뤄지며 2개월 미만의 강아지들은 젖도 떼지 못한 상태에서 어미에게서 강제로 박탈돼 펫숍에서 물건처럼 매매된다”며 지난해 12월부터 강아지 공장 철폐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화성 번식장에서는 현행 동물보호법이 번식장 당 사육 마릿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1000마리가 넘는 개를 학대하고 있었다”며 “동물학대의 온상인 번식장, 경매장, 펫샵 등은 ‘개선’의 대상이 아니라, ‘폐지’의 대상”이라고 했다.

정부도 동물 학대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월 “하반기에 동물생산업 내 부모견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2026년부터 부모견 등록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사육장 내 견종에 등록번호와 개체번호를 부여하는 이력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방침이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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