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영수회담 제안...과거 홍익표 “제왕적 총재나 하던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과거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제왕적 총재나 하던 것’이라고 비판했던 사실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
이 대표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추석 연휴가 시작된 지난 29일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조건 없이 만나 민생과 국정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신속하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윤 대통령에게 ‘민생 영수 회담’을 제안했다.
당장 여권에서는 “격에도 맞지 않는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형사 피고인으로서의 책임을 희석시키는 신분세탁 회담(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간 여권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의 이 대표와 대통령이 만날 경우 국민과 사법 기관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영장 기각을 마치 무죄 판결을 받은 것처럼 주장하기 위해 이 대표가 곧바로 영수회담을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영수회담’이라는 말은 대통령이 여당총재 시절에나 어울리는 말”이라며 “그러기에 문재인 정권시절 제1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의를 거부하며 5당 대표 회동으로 해오다가 문 정권 필요에 의해 홍준표 대표와 한번 회동이 전부”라고 했다.
그러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 “대통령이 무슨 전제군주인가. 언제까지 조작 수사를 핑계로 야당 대표를 모욕할 것인가”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조차 과거 문재인 정권 시절 영수회담은 권위주의 정권에서 제왕적 총재나 하던 것이라며 야당의 영수회담 제안을 비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19년 여당 시절 민주당 대변인으로 있으면서 당시 야당 대표였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영수회담 하자는 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특히 제왕적 총재가 있을 때 했던 방안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그런 방식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 스스로도 불과 한달 전인 지난 8월 31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영수회담을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시 “영수회담이든 무엇이든 실질적 권한이 있는 사람들이 가끔씩은 대화를 해야 문제 해결에 물꼬가 터진다”면서도 “그를 위해서 이게 필요한가라고 판단하면 하겠지만 무슨 영수회담을 애걸하는 것도 아니고 한 두번 얘기한 것도 아닌데 또 한다고 해서 할 것 같지도 않아서 (윤 대통령에게) 다시 제안하거나 이러진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이 대표를 향해 “앞에서는 고상한 척 민생과 협치를 말하면서, 뒤로는 권모와 술수, 기만과 선동을 일삼아 놓고서 영수회담은 하자고 애걸복걸하는 이재명 대표의 그 이중성에 기가 찰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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