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수록 좋다는데···우리집 TV, '100인치' 못 넘는다고요? [biz-플러스]
초대형 트렌드 공략에 업체들 고심
'모듈형 설치' 마이크로LED 등 대안 살펴
‘거거익선(巨巨益善)’이 보편화된 TV 시장이지만 가정용 TV의 크기는 100형 미만에서 멈춰 있다. TV가 커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이 터져 나오기 때문인데, 프리미엄·대형화를 앞세워 위기 탈출에 힘을 쏟고 있는 국내 TV 업계의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제조사들이 보고 있는 국내 가정용 TV의 크기 한계선은 100형 미만이다. 삼성전자(005930)가 올해 8K,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QLED 등 3개 모델로 98형 초대형 TV 라인업을 확대했고, LG전자(066570)는 무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인 97형 올레드 에보 갤러리 에디션을 내세웠다. 두 회사가 100형을 넘는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도 출시하긴 했지만 억대를 훌적 넘어가는 가격과 설치 등 문제로 가정용 보급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배송이다. 국민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가장 넓은 엘리베이터를 갖췄다고 해도 이를 이용해 옮길 수 있는 TV는 최대 85형이 한계다. 그나마 대부분의 엘리베이터는 포장재 크기 등을 감안하면 70형대를 옮기는 정도가 고작이다.
이보다 큰 TV는 별도 운송시스템을 통해 사다리차를 동원해 옮겨야 한다. 구매처에서 도움을 주는 첫 설치 때는 그나마 낫지만 TV를 교체하거나 이사를 가는 경우는 수십만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사다리차를 불러야 하고 설치에도 더 품을 들여야 하는 등 고생이 만만찮을 수 있다.
물론 설치의 수고로움을 감수한다면 압도적인 몰입감 등 만족도가 높긴 하겠지만, 이보다 큰 사이즈의 TV는 일반 가정에 설치 자체가 불가능하다보니 선택지 자체에 올리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축 아파트라면 사다리차를 동원해도 창문을 떼어낸 뒤 TV를 들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글로벌 프리미엄 TV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해결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침체돼 있는 TV 시장에서 그나마 초대형 시장은 상승세를 타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5.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75형 이상 초대형 TV는 21.2%(출하량 기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7년까지 초대형 TV 시장은 연평균 15.3%씩 커질 것이란 예측이다.
정강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차세대기획그룹 상무는 “TV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는 초대형, 몰입감, 연결성”이라며 “초대형에 대한 니즈는 한계가 없다. 끊임없이 더 큰 것을 원하는 본성과 맞닿아 있는 욕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운송·설치의 문제를 줄이기 위해 포장재를 최대한 얇게 만드는 등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 또한 초대형 시장이 ‘대세’라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100인치 이상의 크기는 아직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시각이다. 백선필 LG전자 HE상품기획담당 상무는 “TV 시장이 초대형으로 향하고 있는 건 맞다”며 “고객이 살 수 있는 수준인 98인치까지 시장을 형성할 것 같다. 그 시장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TV 업체들이 최근 연이어 100형 이상의 초대형 TV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건 회사의 기술력을 자랑하기 위한 ‘과시용’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백 상무는 “중국 업체들은 별장처럼 배송에 문제가 없는 곳에만 팔아도 된다며 내수를 겨냥하고 있는 걸로 안다”며 “100인치 이상의 시장은 글로벌 관점에서 아직 크게 형성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 모두 초대형 시장의 확산 속에 100형 이상의 TV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응책을 모색 중이다. 패널 형태로 설치할 수 있는 마이크로 LED TV가 대표적인 사례다. 작은 모듈 패널을 연결해 설치하는 방식이라 완제품을 들여야 하는 기존 TV보다 제약이 적다. 마이크로LED가 OLED 등 현재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보다 한 단계 상위 기술이라는 점에서 고부가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의 방향과도 같다.
마이크로LED TV 상용화에 먼저 뛰어든 삼성전자는 89형과 110형 제품을 선보인 데 이어 76·101·114형까지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해 136형 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최근 북미에서 118형 신제품을 내보였다.
문제는 가격이다. 삼성전자의 89형 마이크로LED TV는 1억 3000만 원에 달하고, LG전자의 118형 TV는 3억 원을 넘는다. 아무리 초고가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해도 너무 비싸다. 설치 또한 까다롭다. 업계 관계자는 “적어도 수천만 원 수준의 가격으로 내려오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빠른 속도로 기술 개선이 이뤄지는 만큼 수년 내 100형 이상 초대형 TV가 자리잡기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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