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 이어가던 클라우드 ‘올해 추석은 썰렁하구나’
고금리·불황에 기업들 수요 줄어 난색
대규모 투자한 후발 기업 중심 구조조정
기업간 기차 커져 옥석가리기 불가피
코로나 팬데믹 기간 폭발적으로 성장해 온 클라우드 산업에 발을 들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사업부를 통합하고 인력을 줄이는 등 전열 재정비에 들어갔다. 장기화하는 경기 불황에 기업 클라우드 수요가 전반적으로 쪼그라들면서 성장세가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팽창하던 클라우드 업계가 한숨을 고르고 클라우드 관련 기술도 고도화하면서 업계에서는 본격 ‘옥석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8~2021년) 국내 클라우드 산업은 팬데믹 훈풍을 타고 해마다 매출이 연평균 18.4%씩 고속성장했다. 지난 2018년 2조 9707억 원이던 총 매출은 3년 뒤 약 65.8% 올라 4조 9250억 원을 기록했다.
이렇게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클라우드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찾아온 경기 불황의 여파가 클라우드 산업을 향하면서다. 최근 수년간 기업들은 비대면 업무 방식을 늘리고 기존 IT 자원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등 디지털전환(DX)에 속도를 냈지만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함께 투자가 얼어붙고 경제 상황이 악화되자 가장 먼저 DX 예산부터 절감하고 있다. 국내 한 클라우드운영관리제공사업자(MSP)의 관계자는 “클라우드 전환이 기술적 대세다 보니 여전히 다른 IT 산업에 비해 수요가 이어지고는 있지만 사업이 어려운 기업들은 당장 기존 서비스를 줄이거나 해지하는 등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이 많이 줄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은 한동안 클라우드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뒤늦게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들었거나 이 기간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확장한 기업들에게는 특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클라우드 사업은 특성상 대규모 초기 투자 비용이 바생한다. CSP 사업자의 경우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천문학적 초기 비용이 들고, MSP 시장 역시 국내 업계를 주도하는 사업자들마저 연간 적자를 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팬데믹 기간 IT 개발자의 몸값이 전체적으로 오르면서 이 기간 공격적으로 인재를 유치해 온 기업들은 인건비 비용이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효근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기업들도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건 알지만 막상 힘에 부치면 가장 먼저 줄이는 예산도 IT 부문이다”고 설명했다.
경제가 악화하며 흑자 전환 시점, 투자금 회수 계획 등이 불투명해지자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었거나 업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기업들을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 사업 구조 개선 등으로 덩치를 줄이고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별도 법인인 야놀자클라우드를 출범해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든 야놀자는 최근 계열사 야놀자클라우드코리아를 중심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수익화 예상 시점이 뒤로 밀려나자 클라우드 솔루션 계열사간 사업을 통폐합하고 인력도 이에 맞춰 줄인 것이다. 대규모 비용과 인력을 투자해 야심차게 시작한 클라우드 사업이 삐걱이면서 위기감은 다른 계열사오 본사로도 이어졌다. 야놀자는 지난 18일 사내 메일을 통해 “야놀자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외부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구조조정의 시작을 알렸다. 야놀자가 지난해 인수한 인터파크트리플(당시 인터파크) 역시 최근 마케팅 조직을 중심으로 감원이 한창이다. 네이버, KT 등에 비해 뒤늦게 클라우드제공사업(CSP)에 뛰어든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지난해 경쟁 CSP에 비해 별다른 차별화 전략을 수립하는데 실패하면서 지난 7월부터 구조조정, 사업 구조 개편에 들어갔다. 회사는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클라우드와 검색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체제로 바꾸는 등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통해 임직원 수를 대폭 줄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 우후죽순으로 팽창해 온 클라우드 업계에 옥석가리기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 예산이 줄어들고, 기술의 고도화와 함께 업체간 기술력 차이도 점점 현저해지는 만큼 경쟁력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힘든 기업들도 팬데믹 때였으면 잘나갔겠지만 이제는 업체들이 1,2군으로 분류가 될만큼 업계에서도 실력과 경험 차이가 두드러지는 시점”이라며 “이제는 대기업 IT 계열사들도 클라우드 관련 실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그룹사 일감을 따기 힘들 정도로 점점 노하우와 기술력이 우선돼 업계내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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